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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0억 '창업 지원금' 주무르는 민간협회, 정부 추천권 쥐고 '셀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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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700억 '창업 지원금' 주무르는 민간협회, 정부 추천권 쥐고 '셀프 운영 중'

입력
2024.07.25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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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 '엔젤투자협회'가 '팁스' 운영기관
창업기업 추천권 가지는 '운영사'도 선정
협회 이사 7명 중 4명이 팁스 운영사 대표
창업기업계 "협회 소속 운영사, 팁스 핵심 돼"
"엔젤투자협회, 관리 감독 규정조차 없어...
유관단체로 바꾸거나, 정부기관이 운영해야"

팁스 사업 로고.

팁스 사업 로고.


정부의 창업기업 지원 사업인 '팁스(TIPS)'를 준비하는 한 벤처기업 대표 A씨는 최근 '팁스 운영사'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정부의 팁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운영사의 추천과 1, 2억 원 투자가 필수인데 팁스 운영사가 투자하는 돈에 비해 많은 지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팁스 운영사가 추천권을 쥐고 많은 지분을 가져가 창업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려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 팁스 지원을 받은 창업기업 대표 B씨는 "팁스 운영사의 투자는 결국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조건일 뿐인데 지분을 가진 팁스 운영사가 비슷한 규모의 초기 엔젤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하게 한다"며 "팁스 지원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곳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엔젤투자협회 이사 7명 중 4명이 운영사 대표 겸직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정부의 대표적 창업기업 지원 사업인 팁스에 대해 창업기업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팁스 운영사들이 창업기업 추천권을 자신들의 특수한 권한처럼 행사해왔다"는 것이다. 팁스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①팁스 운영사가 창업기업을 정부에 추천하고 ②운영사가 창업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팁스 운영사 손에 4,700억 원(올해 팁스 예산)의 정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시작점에 설 수 있느냐가 달려 있는 구조다.

심지어 팁스 운영사의 '선정'을 민간 협회인 '한국엔젤투자협회'에서 도맡고 있는데 주요 팁스 운영사 대표들이 협회 이사까지 맡고 있는 점도 드러났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엔젤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엔젤투자협회 이사 7인 중 4인이 팁스 운영사 대표를 맡고 있다. 사실상 협회와 운영사가 '한 몸'으로 움직여 운영사 선정이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알 수 없는 상황 것이다. 엔젤투자협회 측은 "이사들은 정관상 협회 내부 운영에만 관여할 수 있지 운영사 선정에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엔젤투자협회 정회원, 이사가 대표인 운영사가 '팁스의 핵심'"

한국엔젤투자협회 홈페이지.

한국엔젤투자협회 홈페이지.


하지만 운영사 선정, 평가를 수행하는 '평가위원회'와 '심의조정위원회' 또한 엔젤투자협회가 구성하고 있다. 위원회 구성 과정에 '이해관계자 제외 조항'도 없어 외부 견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까지 심의조정위원회에는 엔젤투자협회장이 고정 위원으로 활동했다. 허성무 의원실 관계자는 "협회 측 인사가 위원회 심의 결과를 이끌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고 올해가 돼서야 협회 측 인사가 빠졌다"고 설명했다.

창업기업계에서도 엔젤투자협회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회 정회원 소속인 팁스 운영사가 추천받기 유리하다"며 "협회 정회원이 아닌 운영사는 추천 실적이 저조한 경향인 반면 협회 이사가 대표로 있거나 정회원인 운영사가 팁스 추천 실적이 좋다는 건 이 업계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모 절차도 없이 민간협회에 운영권...유관단체화 필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팁스타운 전경. 팁스타운 제공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팁스타운 전경. 팁스타운 제공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최근 팁스 평가 보고서를 통해 "엔젤투자협회 내부 관리감독 체계가 부실하고 심지어 정부가 협회를 관리 감독할 규정도 없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병철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엔젤투자협회는 2012년 발족되고 다음 해인 2013년 별다른 공모 절차 없이 운영 기관에 뽑혔다"며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하는 또 다른 지원 사업인 스케일업 팁스(예산 약 1,100억 원)는 정식 공모 절차를 통해 중기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법정 단체 '한국벤처투자'가 운영 기관으로 지정된 것과 대비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국회에서는 팁스 사업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 의원은 "팁스 사업 규모 증가를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이 민간 단체에 맡길 수 없다"며 "정부 소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과 창업진흥원에 팁스 운영 권한을 넘기거나 엔젤투자협회를 유관 단체로 바꿔 민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하되 관리 운영은 공공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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