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개봉 '파일럿'에서 여장한 조종사 연기
다음 달엔 시대극 '행복의 나라' 선보여
2019년 여름 흥행 '엑시트' 이후 5년 만에 신작
직장에서 쫓겨난다. 성희롱 발언 때문이다. 스타 조종사라는 수식은 아무 소용 없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 재취업은 불가능하다. 여동생 이름으로 항공사에 입사 지원을 해 합격한다. 여장을 하고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남성의 삶으로 돌아간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파일럿’의 줄거리다.
조정석, 뮤지컬 ‘헤드윅’ 이어 또 파격 변신
황당한 설정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아무리 가발을 쓰고 화장하고 치마를 입는다고 여장 남자가 입사 면접을 통과하고, 직장 동료들까지 속일 수 있겠냐는 지적은 합당하다. 하지만 ‘파일럿’은 은근한 설득력을 지니며 관객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마력이 있다. 그 힘의 6할 정도는 주인공 한정우를 연기한 배우 조정석에게서 나온다.
한정우의 동생 한정미 역을 맡은 한선화의 코믹 연기, 한정우의 어머니로 출연한 오민애의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가 조정석의 호연을 뒷받침한다. ‘가장 보통의 연애’(2019)로 관객 292만 명을 모은 김한결 감독의 재치 있는 연출이 웃음과 감동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한다. 작은 폭소탄들을 장면 곳곳에 지뢰처럼 매설해 유쾌함을 빚어낸다. 다만 사내 내부 고발을 악용하려는 재벌 2세의 음모, 한 남성의 눈물 어린 성장기는 진부하다.
조정석은 '여장 남자' 연기를 위해 몸무게 7㎏을 감량했고 여성 옷 100벌을 입어 봤다. 촬영 현장에서 다른 출연자들이 그를 몰라봤을 정도로 '깜짝 변신'에 성공했다. 조정석은 최근 언론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정우가 여장을 한 후 처음 거리로 나서는 장면을 촬영할 때 못 알아보는 출연자들이 꽤 많았다”고 밝혔다.
조정석의 여장 연기가 처음은 아니다. 2006년 뮤지컬 ‘헤드윅’ 무대에 처음 오른 후 여장 남자 헤드윅으로 다섯 차례나 변신했다. 조정석은 “의상을 입는 순간 몸짓이 자연스럽게 변했다”며 “‘헤드윅’ 공연을 많이 해서 (여성 옷이) 생경하지 않고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헤드윅’의 열연으로 ‘뽀드윅’(헤드윅을 연기한 배우 중 유난히 뽀얗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라 불리기도 한다.
조정석 출연작 2편 '여름 흥행 대전' 뛰어들어
조정석은 ‘여름 남자’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파일럿’은 조정석이 ‘엑시트’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새 영화다. ‘엑시트’는 관객 942만 명을 모으며 2019년 여름 극장가를 지배했다. 조정석은 올여름 ‘파일럿’뿐 아니라 ‘행복의 나라’(다음 달 14일 개봉)도 선보인다. 한 배우의 출연작 두 편이 여름 극장가 흥행 대전에 뛰어드는 건 드문 일이다. 고(故) 이선균 역시 출연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상영 중)와 ‘행복의 나라’가 잇달아 개봉하나, 지난해 그의 죽음으로 빛이 바랜 분위기다.
‘행복의 나라’ 속 조정석 역할은 ‘파일럿’과 다르다. 1979년 대통령 시해 사건에 연루된 군인 박태주(이선균) 변호에 나선 변호사 정인후를 연기했다. 불우했던 시절에 불의에 맞서 싸우는 역할이다. ‘파일럿’이 조정석의 우스꽝스러운 면모에 기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반면 ‘행복의 나라’는 조정석의 좌충우돌 이미지를 활용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관객 1,232만 명)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추 감독은 22일 열린 ‘행복의 나라’ 제작 보고회에서 “이선균씨와 작업하면서 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물어봤더니 ‘조정석 때문이다. 좋은 배우 같아서 같이 하면서 배우고 싶었다’고 답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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