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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긴장 완화 신호?… 필리핀 "중국과 물자 보급 잠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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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긴장 완화 신호?… 필리핀 "중국과 물자 보급 잠정 합의"

입력
2024.07.22 14:42
수정
2024.07.22 16: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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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낮출 필요성 인식"…갈등 줄어들 듯
지난달 세컨드 토머스 암초 충돌 이후 논의

필리핀이 1999년 남중국해 스플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 고의 좌초한 군함 시에라 마드레에 필리핀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필리핀이 1999년 남중국해 스플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 고의 좌초한 군함 시에라 마드레에 필리핀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지역 남중국해에 주둔 중인 필리핀군에 물자를 보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간 중국군이 필리핀의 재보급 임무를 방해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벌여온 만큼, 이번 합의는 고조되고 있는 양국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화로 남중국해 긴장 낮추기로”

22일 필리핀 매체 PNA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필리핀과 중국이 스플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난사군도 런아이자오) 인근 BRP 시에라 마드레함에 생필품을 보급하고 병력 교대 임무를 허용하는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또 “양측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남중국해의 긴장을 낮추고 (입장) 차이를 관리할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합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역시 22일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필리핀 보급 업무는 중국에 대한 주권 침해이며, 선박(시에라 마드레함) 인양과 런아이자오 원상 복구를 요구한다”면서도 “인도주의적 이유로 ‘군함 예인 전’까지는 수송·보급을 허용할 의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중국은 필리핀이 노후화로 파손되고 있는 시에라 마드레함을 수리하는 방안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필리핀이 군함을 전초기지 삼아 남중국해상에서 군사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당초 필리핀에 △함정 수리·보강용 기자재를 전달하지 않고 △수리 물품이 있는지 배를 검사할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필리핀이 강력하게 거부하면서 최종 합의에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 2척(오른쪽)이 지난해 8월 남중국해 스플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물자 보급을 위해 항해 중이던 필리핀 보급선을 가로막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 2척(오른쪽)이 지난해 8월 남중국해 스플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물자 보급을 위해 항해 중이던 필리핀 보급선을 가로막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남중국해 긴장 수위 낮아질 것”

시에라 마드레함 보급 문제는 필리핀과 중국 간 해상 갈등의 핵심이다. 필리핀은 1999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 제2차 세계대전 때 쓰인 군함을 고의 좌초시켰다. 중국이 1995년 스플래틀리 군도에 군사기지를 지으며 분쟁지역 암초를 요새로 만들자 필리핀도 맞대응한 것이다.

필리핀은 이후 배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10명 안팎의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정기적으로 식량, 의약품, 선박 보강용 자재 등 보급품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군이 이를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물대포 등을 동원해 방해하면서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중국 해안경비대가 고속보트를 타고 필리핀 보급선에 돌진해 필리핀 해군 병사 1명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등 긴장이 극도로 높아졌다. 이후 양국은 충돌 확산을 막기 위해 대화 채널을 가동했다. 지난 2일 천샤오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테레사 라자로 필리핀 외교 차관이 마닐라에서 만나 남중국해에서 문제 발생 시 상호 연락할 고위급 직통망(핫라인) 개설에 합의했다.

최근 미국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 물자 보급 임무를 돕겠다고 필리핀에 제안했지만, 필리핀이 일단 거절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을 피하고 우선 ‘외교’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로이터통신은 “양국 간 분쟁 주요 원인이던 보급 문제까지 일단락되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 수위가 한층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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