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한지형 마늘 소비 줄고
덜 매운 난지형 마늘이 대세
난지형 영천마늘 전국 2위로
소비촉진 위한 마늘요리 경연대회 구상
"지금은 마늘 춘추전국시대입니다."
이구권(66)신녕농협조합장에 따르면 '매운 마늘'의 전성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마늘조합장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마늘 전문가다. 그가 말하는 '매운 마늘'은 한지형 마늘이다. 이 조합장은 "오랫동안 작고 매운 한지형은 양념으로, 덜 매운 난지형은 생으로 먹었는데 2010년 즈음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한지형 마늘의 소비가 줄기 시작했다"면서 "이제는 양념마저 난지형이 주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영천시 신녕면은 난지형 마늘을 생산한다. 난지형 마늘 생산량만 놓고 따지면 경북 1위, 전국 2위다. 전국 1위는 경남 창녕이다.
이 조합장에 따르면 영천은 30년 전까지만 해도 양파 주산지였다. 8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마늘로 전환됐다. 난지형 마늘인 대서종 마늘은 품종 특성상 군위 위쪽으로는 경작이 잘 안 됐다. 영천이 경북에서 대서종 마늘의 주산지가 된 배경이다.
영천 지역 농협들은 20년 전쯤부터 마늘 수매사업을 시작했다. 농가로부터 마늘을 사들여 농협에서 판매를 했다. 영천 지역의 5군데 농협 중에서 신녕농협의 수매량이 가장 많다. 7,000톤으로 영천 지역 전체 생산량의 50%를 차지한다. 단위 농협의 마늘 수매량으로 순위를 매기면 전국 1위다.
현재 신녕 농협은 2019년부터 마늘출하조절센터를 운영해 연 1,500톤의 마늘을 대형식자재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208톤, 12억원어치의 마늘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올해는 깐마늘 1,000톤 이상을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이 조합장은 경북 지역 마늘 농가의 숙원을 해결했다. 7월1일 신녕에 마늘 공판장을 열었다. 공판장이 없었을 때는 농협이 수매하고 남은 마늘 창녕까지 싣고 가야 했다. 신녕 공판장은 1만4,000㎡의 부지에 바닥면적이 3,600㎡다. 7월부터 8월 초순까지 1만톤 정도의 마늘이 매매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민들의 고령화는 주요 현안이다. 현재 신녕면 인구는 3,700명, 그중 노인 인구가 70%에 달한다. 조합원 중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삼분의 이가 넘는다. 이 조합장은 "일손이 부족할 때마다 외국인 노동자를 부르는데, 숙련도가 높지 않아 문제가 많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령화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기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농림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22억원의 예산을 받아 마늘 전용 농기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기계를 구매해 농가에 임대해 주는 사업이다. 이 조합장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도 결국 기계를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면서 "농업 기계화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과제는 마늘 소비 촉진이다. 이 조합장은 "일개 조합에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늘 요리 경연대회를 구상 중"이라면서 "요리 유튜버 등 요리 '능력자'들이 다양한 마늘 요리를 개발해 우리 국민들이 몸에 좋은 마늘을 더 많이 먹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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