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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의 김민기 별세...대학로 소극장 '학전' 이끈 '영원한 뒷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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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의 김민기 별세...대학로 소극장 '학전' 이끈 '영원한 뒷것'

입력
2024.07.22 10:05
수정
2024.07.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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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위암 투병 중 별세

김민기 학전 대표. 학전 제공

김민기 학전 대표. 학전 제공

서울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이끈 연출가이자 '아침이슬'을 부른 가수·작곡가 김민기가 21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민기는 위암 증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김민기는 1951년 3월 31일 출생해 서울대 회화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친구 김영세와 포크 듀오 도비두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자작곡 ‘아침이슬’을 담은 솔로 1집을 발표했다.

가수 양희은도 불러 유명해진 ‘아침이슬’은 발표 직후 '건전가요 서울시문화상'을 받았으나 1972년 '10월 유신' 후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널리 불리며 유신 정권으로부터 금지곡 판정을 받았다. 이 곡이 담긴 앨범은 전량 압수되며 판매가 금지됐다. 김민기라는 이름이 올라가 있으면 무조건 금지곡 판정을 받던 시기도 있었다. 이후 정부의 감시와 탄압을 피해 노동 현장에 들어가 노래 ‘상록수’, 노래극 ‘공장의 불빛’ 등을 만들었다. 특히 1978년 발표한 노래극 '공장의 불빛'은 1970년대 노동자의 삶을 다룬 '노래극'으로 당시 노동현실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평가받는다.

1991년 자신의 곡들을 모은 4장의 음반 계약금으로 180여 석 규모의 공연장 학전을 연 뒤 라이브 콘서트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일궈냈다. 들국화·유재하·강산에 등 당대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이곳에서 공연했고 고(故) 김광석은 학전에서만 1,000회의 공연을 열었다. 김민기가 연출한 '지하철' 1호선은 4,200회 이상 공연하며 대표적인 국내 창작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배우 황정민, 설경구, 김윤석, 조승우, 이정은, 강신일, 장현성 등 700여 명의 예술인을 배출하며 대학로 문화예술의 산실이 됐다. 김민기는 그러나 앞에 나서기를 거부하며 스스로를 '뒷것'이라 불렀다.

"우리 미래는 어린이"...어린이 연극에 '열정'

2012년의 김민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2년의 김민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민기는 어린이·청소년 연극에도 열정을 쏟아부었다. ‘우리는 친구다’(2004)와 ‘고추장 떡볶이’(2008) 등의 어린이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우리의 미래는 어린이"라는 소신이 그의 동력이었다.

그러나 학전은 재정난으로 개관 33년 만인 지난 3월 15일 폐관했다. 폐관에 앞서 이곳을 거쳐간 50여 명의 배우, 가수, 예술인이 모여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열기도 했다. 김민기는 지난해 11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죽는 날까지 학전을 운영하려 했는데,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며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학전은 지난 17일 건물을 리모델링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운영하는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했다. 김민기는 학전의 정체성 훼손을 걱정한 듯 '학전'이란 이름을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씨와 슬하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 장례식장 2호실이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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