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진 국제학술지 발표
전기뱀장어 기능 모방한 원리
"신축성·전도성 둘 다 잡았다"
영국 연구진이 젤리처럼 구부러지고 늘어나는 배터리를 개발했다. 신축성 있는 배터리가 필요한 생체의료 분야에 쓰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따르면 오렌 셔먼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과 교수 연구진은 전기뱀장어의 성질을 모방해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젤리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젤리 배터리를 최대 10배까지 늘려도 배터리 성능에는 변화가 없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늘어나는 성질(신축성)과 전기가 흐르는 성질(전도성)은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다. 통상 소재가 늘어나면 전도성은 줄어들기 때문에 두 성질을 단일 소재에서 구현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고자 연구진은 전기뱀장어의 몸에 분포해 있는 '전기 세포'에 주목했다. 뱀장어의 전기 세포는 전기를 만들 때 전하 운반체로 전자가 아닌 '이온'을 사용한다. 보통 전자 제품은 전자를 전하 운반체로 사용하기에 단단한 금속 재료로 만들어야 하지만, 젤리 배터리는 전기뱀장어처럼 이온으로 전하를 운반하기 때문에 신축성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진은 신축성 있는 배터리 재료로 '하이드로겔'을 택했다. 말랑말랑한 3차원 복합체인 하이드로겔은 60% 이상이 물로 이뤄져 생체적합성이 뛰어나고, 전압을 걸어주면 전류가 흐른다. 배터리를 늘렸을 때 전도성을 잃지 않도록 연구진은 하이드로겔의 소금 성분을 상향 조정했다. 이렇게 하면 분자끼리 강하게 결합해 쉽게 분리되지 않고 끈적끈적해진다는 것이다. 최대 10배까지 늘려도 분자층이 분리되지 않아 전도성 손실이 없다. 연구진은 "신축성과 전도성을 모두 갖춘 재료를 개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젤리 배터리에는 금속처럼 단단한 요소가 없고, 주재료인 하이드로겔은 눌리거나 찢어져도 스스로 복구될 만큼 회복력이 좋다. 따라서 웨어러블 디바이스(착용할 수 있는 전자기기)나 뇌전증 치료, 약물 전달 같은 생체의학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보고 있다. 셔먼 교수는 "살아있는 유기체를 대상으로 추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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