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7개국' 유럽정치공동체' 4차 회의
'반러시아' 기치로 뭉쳤지만... 기대감 ↓
스타머 영국 총리, 'EU 관계 설정' 기회로
유럽정치공동체(EPC) 제4차 회의가 18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렸다. EPC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반(反)러시아 전선' 강화 필요성이 높아지자, 기존 유럽연합(EU) 체제로만 포괄되지 않는 유럽 국가들을 하나로 묶고자 프랑스 주도로 결성된 기구다. 그러나 '느슨한 공동체'를 표방하는 만큼, 이번에도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이 때문에 '이득을 본 나라는 영국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초 취임한 영국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안방에서 유럽 47개국 지도자 및 대표단에 한꺼번에 눈도장을 찍었고, 노동당 정부의 EU·영국 간 관계 강화 의지도 널리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별도 기구·구체적 목표 없는 EPC의 '한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EPC 제4차 회의는 18일 잉글랜드 옥스퍼드셔 블레넘 궁전에서 열렸다. 이곳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태어난 곳이다. 회의에는 45개국 유럽 정상과 약 400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반러시아'를 기치로 모인 만큼, 과거 3차례 회의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주요 의제로 올랐다. 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의 단결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당부했다.
하지만 '한자리에 모였다'는것 외에,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별도 기구를 두지 않고 구체적 목표도 설정하지 않은 EPC의 태생적 한계 탓이다. EPC는 출범 당시 "기존의 조직·구조·프로세스를 대체하지 않는, 유럽 국가들의 정치적 조정을 위한 공동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자신의 재선 인준 투표를 이유로 이날 EPC 회의에 불참했다. EU 집행위원장이 유럽 관련 회의에 불참하는 건 이례적이다.
'신임' 스타머 총리에겐 '관계 강화' 자리로
스타머 총리는 이번 EPC를 유럽 외교 무대에 자신을 알리고, 접점을 마련할 계기로 적극 활용했다. 그는 지난 4일 총선에서 보수당을 꺾고 14년 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스타머 총리는 EPC 회의장 바깥에서 각국 정상을 다정하게 맞았고, EPC를 계기로 양자 회담도 적극 전개했다. 스타머 총리는 17일 관계 개선이 절실한 아일랜드의 사이먼 해리스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고, 아일랜드 흑맥주인 기네스를 함께 마시며 분위기를 풀었다.
2020년 보수당 정부가 추진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망가진 EU와의 관계 회복 의지도 확실히 내비쳤다. 스타머 총리는 개회사를 통해 "영국이 EU의 일부는 아니지만 유럽의 일부"라며 "차이점이 아닌 공통점을 재발견함으로써 EU와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은 EU와 불법 이민 단속, 방위 능력 강화 등에서 특히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영국과 안보·방위 협정을 맺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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