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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고치'에서 태어난 이도현...시각 공격하는 '한국 괴물' 드라마 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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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고치'에서 태어난 이도현...시각 공격하는 '한국 괴물' 드라마 또 나왔다

입력
2024.07.17 17:50
수정
2024.07.17 18: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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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시즌3로 '한국 괴물' 실험 마무리
코로나19 이후 'K크리처' 7편 이상 봇물
학폭 상처·가족애 부각해 해외서 주목

시각효과 진화했지만 SF 서사는 빈약
'위기설' 넷플릭스 "투자 규모 변경 없어"

최근 1년 새 드라마에서 시각특수효과 기술로 구현된 괴물들. 맨 위부터 '스위트홈' 시즌3 주인공 현수(송강)와 '기생수: 더 그레이'의 정수인(전소니), '경성크리처' 속 성심(강말금)의 모습. 넷플릿스 제공

최근 1년 새 드라마에서 시각특수효과 기술로 구현된 괴물들. 맨 위부터 '스위트홈' 시즌3 주인공 현수(송강)와 '기생수: 더 그레이'의 정수인(전소니), '경성크리처' 속 성심(강말금)의 모습. 넷플릿스 제공

영화 '파묘'에서 Z세대 무당으로 경문을 외던 배우 이도현은 19일 공개될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마지막 시즌3에서 '신인류'로 등장한다. 인간에서 괴물로 변하는 마지막 단계의 변종으로, 인간과 비교해 월등한 신체적 능력을 지녔지만 감정이 없는 존재다. 그가 맡은 역은 부모를 모두 여읜 뒤 여동생을 홀로 키운 의대생 이은혁. 시즌1에서 괴물과 싸우다 다쳐 죽은 줄 알았던 그는 시즌3에서 괴물의 고치에서 다시 태어나 세상을 뒤흔든다. 시즌3는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기억은 모두 지녔지만 감정은 소멸한 신인류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시즌3의 정수는 역시 새로운 볼거리다. 17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최초 공개된 영상엔 오징어 모양을 한 괴생명체(크리처)가 등장하고, 주인공인 현수(송강)가 뾰족한 가시로 뒤덮인 날개를 휘두르며 점점 괴물로 변해간다.

19일 공개될 '스위트홈' 시즌3 속 이은혁(이도현)의 모습. 괴물의 고치에서 다시 태어났다. 넷플릭스 제공

19일 공개될 '스위트홈' 시즌3 속 이은혁(이도현)의 모습. 괴물의 고치에서 다시 태어났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첫 미국 톱10, 역대 흥행 9위... '한국 괴물'의 이변

2019년 코로나 팬데믹 후 K콘텐츠 시장엔 '괴물 드라마'가 쏟아졌다. 2020년 '스위트홈' 시즌1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공개된 작품만 '경성크리처'(2023), '기생수: 더 그레이'(2024) 등 7개 이상이다. '한국 괴물'은 아파트 단지('스위트홈'·'해피니스')나 학교('지금 우리 학교는'·'방과 후 전쟁활동') 등 친숙한 공공장소에서 주로 탄생한다. 인간이 괴생명체로 변하는 이유는 학교폭력이나 환경오염('기생수: 더 그레이') 등이다. 팬데믹과 극심해진 분열 등 인류 공동체 위기를 한국형 괴물로 보여주고 그 원인을 사회적 문제에서 찾는 것이다. "'워킹 데드' 등 미국 괴물 드라마들이 괴물 자체의 기괴함과 액션, 공포에 초점을 맞춘다면, 한국 괴물 드라마들은 모성과 가족애로 신파적 요소를 버무려 비극을 강조하는 게 차이점"(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이다. 그 결과 '스위트홈' 시즌1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톱10에 진입했고,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비영어권 역대 톱10(9위)에 올랐다. K괴물 드라마가 같은 장르의 미국, 일본 작품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본은 K괴물 드라마 제작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경성 크리처'와 '지금 우리 학교는'의 시즌2 제작에 나섰다.

넷플릭스 역대 흥행 9위에 오른 한국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역대 흥행 9위에 오른 한국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제공


할리우드 스태프에 질문하다 이젠 질문받는다

다만 시장에서 주목받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스위트홈' 시즌1의 괴물은 미국 할리우드 스태프의 시각특수효과(VFX) 제작 지원으로 탄생했다.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2017)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하정수 넷플릭스 한국 프로덕션 총괄은 "'옥자'에서 돼지 한 마리 VFX로 구현하는 데에도 애를 먹어 '스위트홈' 시즌1 대본을 보고 '이렇게 많은 괴물을 어떻게 만드나' 걱정했고 국내엔 인력도 부족해 미국에서 전문가들을 한국으로 불러 제작했다"며 "4년여에 걸친 시리즈 작업을 거치며 노하우가 쌓여 이젠 해외 시장에서 오히려 ''스위트홈' 시리즈 어떻게 만들었나'란 질문을 받는다"고 변화를 들려줬다.


"화려해진 괴물, 이야기는 부실"

하지만 '스위트홈' 시즌2는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점점 발전하는 시각특수효과 덕에 할리우드와 비교해 엄청나게 싼 제작비로 한국이 괴물 드라마의 신흥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빈약한 공상과학(SF) 스토리 구축이 약점"(김교석 방송평론가)으로 지적된다. K드라마가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볼거리에만 치중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제작비가 부쩍 오르면서 넷플릭스가 한국을 벗어나 동남아 시장으로 아시아 제작 거점을 옮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기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디렉터는 "(미국 본사에서도) 여전히 한국 덕분에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세계에 서비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투자 규모 변경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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