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말하는 검찰개혁]
"탄핵을 정치논리에 따르면 국민만 피해"
野 '검찰 분리안'에는 "교각살우의 실수"
"검사도 외관상 공정 인정받는 것 중요"
문재인 정부에서 굵직한 개혁 성향 법무부 장관 세 명(박상기·조국· 추미애)을 잇따라 차관으로 보좌하고, 정권 말기에 검찰 수장까지 역임한 김오수(61·사법연수원 20기) 전 검찰총장. 더불어민주당 정권 동안 법무·검찰의 핵심 요직을 도맡은 그가,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사 탄핵에 대해 "유감 있다"며 소신을 밝혔다.
김 전 총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중앙N남부 법률사무소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검사 탄핵 남용은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사를 이유로 한 탄핵이 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굳이 탄핵을 추진하겠다면, 그 검사를 지휘한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법에 맞다"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관여하고, 때론 반기를 들기도 했던 김 전 총장은 민주당이 당론 채택한 △검찰청 폐지 후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분리 방안에 대해 "일부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해 아예 검찰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교각살우(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실수"라고 날을 세웠다.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가 더 거세진 이유를 두고는 "정치가 양극화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기준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때일수록 검찰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원칙대로 수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국민에게 인정받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부장을 역임한 '특별수사통'인 김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포토라인 폐지, 피의사실공표 금지 등에 앞장서 '친정부 검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른바 '검수완박'이 추진된 이듬해 이를 공개 비판하며 총장 직을 내려놨다.
다음은 한국일보와 그가 나눈 일문일답.
-민주당이 검사 네 명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뚜렷한 근거 없이 의혹만을 이유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요. 수사와 관련됐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탄핵입니다. 자칫 검수완박을 추진하기 위한 정치공세라는 오해도 줄 수 있어요. 탄핵은 중요한 헌법상 제도입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탄핵을 남용하게 되면, 탄핵제도의 본질을 해칠 수 있습니다.
국회 의결만으로 검사들의 직무가 정지되는 것도 문제죠. 검사들이 일을 못 하면, 그 일은 다른 검사들이 하게 되거든요. 검사들은 공무원 중에서도 가장 급여가 비싼 공무원입니다.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인력이 줄어들어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갑니다."
-이번 검사탄핵은 유독 검찰 안팎의 비판이 심한 것 같은데요.
"탄핵은 중대한 헌법· 법률 위반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검사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먼저 형사 절차나 징계 절차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순서이고, 이 절차가 미흡할 때 탄핵 절차가 진행돼야 합니다. 탄핵은 최후의 책임추궁 수단이어야 하는 거죠.
굳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검사들 탄핵을 추진하겠다면 그 대상은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이 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아요. 검찰청법상 검사나 수사팀은 총장이나 검사장 지휘에 따라, 위임받아 수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최근 민주당이 검찰을 중수청,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당론을 예고했는데요.
"중수청과 공소청 분리, 검찰청 폐지 등 정치권 논의는 헌법적 차원의 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해요. 우리 헌법은 체포·구속, 압수·수색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수사 신청권자로 수사기관 중 유일하게 검사만을 규정하고 있거든요. 헌법과 맞지 않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찬성하기 힘든 안입니다.
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면 국가 전체의 범죄대응 능력은 약화합니다. 경찰이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수사를 사실상 독점하게 되는 거지요. 일부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해 아예 검찰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실수입니다."
-법무부 차관이나 검찰총장 재직시 주요 검찰 개혁 법안이 통과되거나 추진되지 않았나요?
"제가 법무부 차관으로 갔을 때는, 이미 법무부와 행안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합의안이 발표되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논의가 한참 진행 중인 상태였습니다. 또 관련 논의에 검찰은 상당 부분 배제된 상태였죠. 결과적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총장 때에 이른바 '검수완박'이 추진됐어요. 동의하기 어려웠죠. 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합니다. 공(公)과 사(私)는 구분해야 합니다. 헌법 규정과 맞지 않는 문제, 70년 만에 개혁된 검찰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국가 범죄 대응능력 약화 문제 등이 있었습니다. 결국 검찰을 대표해 반대의견을 내다가 사퇴했습니다."
-전 정부에서 많은 검찰 개혁 법안이 시행된 것 같은데, 정치권의 검찰 개혁 요구는 더 커지고 있어요. 왜일까요?
"정치적 양극화가 한 원인이라고 봅니다. 전임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대선, 반대로 야당이 승리한 총선을 거치며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더 양극화됐어요. 강경한 목소리가 주목받고, 상대를 향한 공격 강도와 빈도가 더욱 커지고 있죠. 고소·고발은 끊이지 않고 이에 따라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 역시 더 거세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다수 국민이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검찰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정치적 중립'의 가치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정치적 사건에 있어서 여야를 막론하고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는지도 냉정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검찰이 나름의 원칙대로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국민에게 인정받는 것' 역시 중요하거든요."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국민들에게 인정받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까요?
"시민단체나 정치권의 고발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어떤 경우는 수사를 하고 어떤 경우는 내팽개치죠. 어떤 사건을 수사할지 결정하는 것은 검찰입니다. 헌데 명확한 기준과 일관성이 없어요. 결국 국민들에게 '검찰은 불공정한 것 같아' '중립적이지 않은 것 같아'라는 인상을 주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기속력 있는 심의위원회를 활성화해 수사 착수 여부까지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의위 개최 요구권을 검찰총장 등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등으로 다양화하는 방법도 고민해봄직합니다."
-차관·총장까지 하다가 변호사로 활동 중이신데, 검찰 밖에서 느낀 소회가 있을까요?
"검찰에 있을 때는 일에 파묻혀서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고 지냈지만, 밖에 나와서 보니 검찰과 검사의 권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검사가, 검사장이, 총장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누군가 인생의 매우 중요한 일들이 결정됩니다. 검사의 권한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끼면서 일해야, 후회가 없다는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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