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32위가 윔블던 정상에 우뚝
"노보트나 코치 만나고 인생 바뀌었다"
"아무도 내가 결승에 올랐다고 믿지 않았고, 아무도 내가 윔블던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 같다. 나 또한 아직도 믿을 수 없다."
올해 윔블던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32위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체코)의 수상 소감이다. 크레이치코바는 14일 (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자스민 파올리니(이탈리아)를 2-1로 꺾고 우승이 확정되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한 뒤 양팔을 하늘 높이 번쩍 들어올렸다.
복식 위주로 활동했던 크레이치코바는 앞서 윔블던 복식에선 두 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단식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은 2021년 프랑스오픈에 이어 통산 2번째다. 당시 단·복식 모두를 섭렵했으나 같은 해 윔블던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사실 크레이치코바의 이번 우승은 이변에 가깝다. 허리 부상이 심각했던 탓에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8강에 올랐지만, 이후 윔블던 전까지 치른 모든 대회 단식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경기를 마친 뒤 재차 "믿을 수 없다"고 털어놨던 이유다.
2017년 세상을 떠난 스승 야나 노보트나(체코) 코치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노보트나는 크레이치코바와 같은 체코 브르노 출신으로, 테니스 꿈나무였던 크레이치코바가 엄마와 함께 노보트나 집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하면서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이치코바는 "노보트나 코치의 문을 두드린 순간 내 인생이 바뀌었다"며 "주니어 생활이 끝나갈 때쯤 프로를 계속할지, 공부를 할지 고민했을 때 코치님은 '네게 잠재력이 있으니 꼭 프로로 뛰어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코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내게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2021년 파리(프랑스오픈)에서 그 꿈을 이룬 데 이어 코치님이 1998년 우승하신 윔블던에서 코치님과 같은 트로피를 차지하게 됐다. 믿을 수 없는 순간이다"고 말했다. 노보트나는 1998년 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자다.
한편 이번 윔블던 단식에선 남녀 세계 랭킹 1위가 나란히 4강 전에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여자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는 프랑스오픈 3연패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3회전(32강)에서 탈락했고, 남자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 등에 설욕전을 치르지 못하고 8강에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윔블던에서 남녀 단식 1위가 모두 4강에 들지 못한 건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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