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가 흔든 OTT]
쿠팡플레이 축구 중계 엔딩송 화제
스포츠팀 따로 꾸려 '감성 중계' 실험
국내 OTT, 스포츠 앞세워 넷플릭스와 격차 좁혀
티빙, 5월 일 시청시간 넷플릭스 첫 추월
올 상반기, 쿠팡플레이·티빙만 일 이용자수 증가
국대 경기 유료 중계 확대 접근 제한 우려도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지난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중계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한국과 싱가포르 경기 중계가 끝나기 직전 배경 음악으로 가수 오승근의 히트곡 '내 나이가 어때서'(2012)가 흘러나왔다.
손흥민·이강인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가요무대'도 아닌데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 중계에 난데없이 트로트라니. 쿠팡플레이의 '트로트 깜짝 선곡' 사연은 이랬다. 한국 대표팀은 이 경기에서 7대 0으로 대승을 거뒀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주민규(34·울산 현대). 직접 골(1개)을 넣고 3개의 도움으로 맹활약했다. K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활약한 그는 올해 3월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역대 최고령으로 축구 대표팀에 데뷔한 그의 나이를 초월한 반전 활약을 '사랑엔 나이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노랫말로 사랑받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선곡해 부각한 것이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안영균 쿠팡플레이 스포츠팀 제작 총괄 PD는 "경기에서 주민규는 축구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기량을 보여줬다"며 "상대 수비수들의 거센 압박에도 침착하게 경기를 이어 나갔고, A매치 데뷔골까지 터뜨린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마치 '나이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아 '내 나이가 어때서'를 선곡했다"고 작업 배경을 들려줬다. 중계 화면엔 이 노래와 함께 자막으로 '나 서른네 살이에요 오케이(OK)?'라는 문구가 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선곡 대박" 등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에서부터 '엔딩송'을 활용했다. 기존 스포츠 중계와 달리 엔딩송으로 경기의 여운과 재미를 키워 구독자와 유대감을 쌓기 위해서다. 쿠팡플레이 스포츠팀은 갈등을 빚은 손흥민과 이강인이 합작해 골을 넣고 포옹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태국과의 경기(3월)에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선곡해 화제를 모았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은 6월 기준 국내외 OTT 통틀어 앱 신규 설치 건수(42만 건)가 가장 많았다. 축구뿐 아니라 지난 3월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유치하는 등 스포츠 경기 중계권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 신규 구독자를 끌어모은 결과다.
넷플릭스 앞지른 국내 OTT의 이변
국내 OTT들은 이렇게 스포츠 중계를 앞세워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의 시장 격차를 좁히고 있다. 3월부터 국내 프로야구 독점 중계를 시작한 티빙은 지난 5월 28일 일일 총 시청 시간(약 250만)에서 넷플릭스(241만)를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스포츠 중계로 고정 구독자가 늘면서 경기 전·후 드라마와 예능 등 다른 콘텐츠 소비가 덩달아 늘었다. 성장세는 계속됐다. 티빙의 6월 일평균 이용자 수는 194만 명으로 1월 157만 명보다 37만 명 증가(23%)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는 306만 명에서 227만 명으로 79만 명 감소(35%)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6~12월 하반기 대비 올 상반기 일평균 이용자 수가 는 OTT는 티빙과 쿠팡플레이뿐이었다. 두 곳 모두 스포츠 중계에 주력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티빙 관계자는 "3~5월 남성 이용자 수는 지난해 평균 대비 약 60% 증가했다"며 "프로야구 중계 효과"라고 말했다.
치열해지는 중계권 경쟁
이렇게 스포츠 중계 효과가 수면 위로 속속 드러나면서 OTT의 중계권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티빙은 프로 농구 중계도 오는 10월부터 시작하고, 쿠팡플레이는 2025년부터 아시아축구연맹에서 주관하는 경기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프로뿐 아니라 국가대표 경기까지 OTT를 통한 유료 중계가 확대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스포츠 스트리밍 유료화와 시민시청권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설문에 응답한 10명 중 8명(77.9%)이 유료 중계에 부정적이었다. "소득 수준에 따른 정보 불평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이현우 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스포츠가 문화 향유와 사회 통합을 위한 중요한 요소임을 고려해 이용자의 소득 다양성에 따른 가격 접근성을 높이고 중요한 경기 중계는 무료로 공개하는 등의 포용적 서비스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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