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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성지, 오대산 월정사

입력
2024.07.0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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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중국 구화산 김교각 스님의 등신불. 자현 스님 제공

중국 구화산 김교각 스님의 등신불. 자현 스님 제공

'동물도 존엄한 생명으로 볼 것인가?' 또는 '수단으로 볼 것인가?'는 인류의 오랜 논점 중 하나다.

주식이 육류인 유목문화에서는 동물을 수단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동물에게 영혼이 없다고 판단한다. 죽이고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영혼을 인정하는 것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나 이슬람의 천국에는 동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윤회론이 존재하는 인도와 동아시아에서 동물의 본질은 인간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윤회과정에서 인간과 동물은 교차될 수 있는 것이다.

선 불교의 가장 유명한 화두인 '개에게도 붓다의 가능성(불성)이 있느냐?'는 것은 동물에 대한 불교의 판단을 단적으로 대변해 준다. 왜 하필 개일까? 그것은 개의 충직스러움과 인간과의 관계가 다른 동물에 비할 바 아니기 때문이리라.

강원 평창군 월정사 부도군. 자현 스님 제공

강원 평창군 월정사 부도군. 자현 스님 제공

개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대산 월정사에 있다. 홍경모(1774∼1851)의 '관암전서(冠巖全書)'에 수록된 '오대산구부도기-오대산의 개 부도탑 이야기'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개로 환생한 최씨가 불교적 가치를 수용해 사람처럼 행동하고 수행한 내용이 있다. 개가 죽었을 때, 월정사 스님들이 화장해 주었는데 사리가 10여 과나 나왔고 이를 기려 부도탑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 같은 개의 수행 이야기가 개 부도탑에 얽혀 있는 것이다.

불교와 개의 가장 강력한 연결은 당나라로 유학해 중국 불교에 큰 바람을 일으킨 김지장(혹은 김교각)을 들수 있다. 김지장은 중국인들에게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칭송되는 최고의 성자다.

김지장은 당나라로 떠나는 험난한 여정에 선청이라는 개를 데리고 간다. 선청은 이국의 수행승이 당나라 안휘성 구화산에 안착하는 데 많은 의지가 된다. 이 때문에 중국 불교의 지장보살상에는 언제나 개가 함께 등장하곤 한다. 일설에는 이 김지장이 오대산 상원사에서 수행하다가 경주로 돌아가 왕이 된 효명, 즉 성덕왕의 아들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오대산에는 월정사와 상원사 모두에 개에 대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는 현대에 들어와 동물에 대한 판단은 사뭇 달라졌다. 어떤 분은 반려동물을 가족같이 여기며, 또 잃었을 때 깊은 상실감에 빠지기도 한다. 폭풍과 같은 현실에서,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넉넉한 위로가 되기 때문이리라. 이런 때, 오대산 월정사를 찾아 깨달음에 다가간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상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상실이 아닌 승화가 바로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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