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배신하려면 유승민처럼 제대로

입력
2024.07.04 18:00
26면
0 0
이준희
이준희한국일보 고문

본질 비껴간 당대표 경선의 배신 공방
친윤 반윤 당권 다툼이 무슨 의미 있나
유승민 배신 굴레는 국가 미래 고심 산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3년 1월 11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주최 ‘제110회 릴레이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3년 1월 11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주최 ‘제110회 릴레이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국민의힘 대표 경선이 이런 양상으로 흐를 줄은 몰랐다. 상식으론 마땅히 당의 재건과 국민의 신뢰회복 방안들을 둔 대결이어야 했다. 건전한 당정관계, 공정 정의의 보수가치 재정립, 역동적 정책정당으로의 체질개혁, 중도신진세대 포용책 등이 구체적 전술방안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배신의 정치’ 공방이라니.

그새 기억을 잊은 모양이다. 야당의 비명계 공천학살 등에 힘입어 여당이 압승하리란 예측까지 나온 게 총선 한 달 전이다. 이 판세를 일시에 말아먹은 게 이종섭 출국과 대파 발언이었다. 주춤했던 정권심판론은 윤석열심판론으로 더 선명해지면서 폭발했다. 이 막판 악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재명도 없고, 민주당의 기막힌 폭주를 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참패가 전적으로 윤 대통령 책임임을 상기해보란 얘기다. 당연히 경선 화두는 국정운영 방식과 당정 체질의 쇄신 요구에 모아져야 했고, 정 변화의 기미가 없다면 ‘포스트尹’까지도 염두에 둬야 했다. 뼈아픈 자성을 통해 실패의 근원을 제거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 이게 모든 일상행위에서도 그래야 하는 당위다.

그럼에도 당의 대표 정치인들이 실패의 원인 제공자를 여전히 중심에 둔 친윤 반윤의 난전이나 벌이고 있다. 이 정도면 자생력 상실이다. 더욱이 나경원 후보는 지난번 학폭 피해자 수준의 수모를 겪었고, 원희룡 후보는 ‘남원정’으로 묶이는 대표적 개혁보수로 출발해 정치경력을 쌓아온 인물이어서 더 낯설다. 배신자로 난타당하는 한동훈 후보 역시 윤 존재에 온전히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여기서, 한국정치에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낙인찍힌 유승민 전 의원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에게 씌워진 배신의 굴레는 전혀 당치 않다. 당시는 노무현 정부에 이은 보수정권에서 기득권의 재활보, 정경유착의 부활, 낡은 성장담론 재활용 따위 병폐가 모조리 재현되던 시기였다. 보수정권의 가치기반이 근본적으로 무너지면서 박근혜 정권에 이르러선 지지도가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승민이 내건 게 진정한 보수가치의 회복이었다. ‘정의 공정 따뜻한 보수’의 기치 아래 포용적 복지ㆍ세금담론, 성장의 가치와 방법론 보완, 독점적 시장경제 개선, 진영 넘은 합의의 정치 등을 호소했다. 진보의 전유 가치를 일부 수용하며 혁신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건강성 회복을 통해 지속가능한 보수로 다시 세우자는 것이었다.

아버지 시대의 영광에 갇힌 박근혜의 좁은 사고가 그의 보수 생존전략을 이해 못 한 결과가 ‘배신자 유승민’ 프레임이다. 무엇보다 유승민은 일찍부터 독보적인 경제전문가로 국가성장 담론을 주도하고 이를 받칠 정치개혁과 강력한 안보를 일관되게 설파해온 인물이다. 안됐지만 또 검사에서 정치인으로 직행한 한동훈에겐 그렇게 쌓아온 국가적 경륜이 없다.

이래서는 누가 당대표가 되든 희망을 걸기 어렵다. 민주당은 지금이 극성기(極盛期)다.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광기의 폭주로 인해 결국은 자연스레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이다. 현실적으로 아무런 방법조차 없는 민주당과의 전투에 연연할 것도 없다는 뜻이다. 이번 당대표 선출이 차기 정권 창출의 기반이 된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그래도 당장 후보들이 해야 할 일은 배신 싸움판을 걷고 국가의 미래와 당정관계를 포함한 정치문화 개혁안으로 겨루는 것이다. 보수 가치를 다시 세우고 궁극적으로는 윤 정권을 보호하는 것도 이 길이다.

지금은 후보 모두에게 일정 부분 배신의 정치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다만, 배신할 거면 유승민처럼 제대로 하라.


이준희 고문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