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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작됐는데 '꽁초받이' 된 '빗물받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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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작됐는데 '꽁초받이' 된 '빗물받이' 여전

입력
2024.07.05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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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폭우 피해 후 하수도법 개정안 시행
관리 안 한 지자체 과태료 부과 1년째 '제로'
"인력 집중 투입, 안내문 부착 등 관리 필요"

4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김태연 기자

4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김태연 기자

"내가 맨날 집게 들고 청소를 하긴 하는데 아무 소용이 없어…."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1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한 이모(69)씨가 가게 옆 빗물받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성사계시장은 2022년 8월 수도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60여 곳의 점포가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올여름에도 시장이 침수될까 봐 상인들은 수시로 빗물받이 청소를 하지만 쓰레기가 쌓이는 속도를 따라가긴 역부족이다. 이씨는 "안 그래도 지대가 낮아 걱정"이라며 "상인회 차원에서 구청에 (빗물받이에 대해) 민원을 넣었는데 연락 온 게 없다"고 푸념했다. 15년째 쌀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여름(67)씨도 "나도 6월에 민원 접수했는데 묵묵부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수도법 개정안 시행... 실효성 의문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진 2022년 8월 8일 밤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긴 모습. SNS 캡처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진 2022년 8월 8일 밤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긴 모습. SNS 캡처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든 가운데 도심의 기초 배수시설인 빗물받이 관리 부실이 여전하단 지적이다.

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에 설치된 빗물받이는 지난해 기준 55만7,000여 개. 2022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과 서울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기는 침수 피해가 난 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의 하수관로 유지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하수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해 6월부터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에 대해선 지자체가 하수관로 유지 관리 계획을 수립해 매년 11월 말까지 지방환경관서에 제출해야 한다. 또 각 지자체는 장마철에 대비해 하수관로 청소와 준설을 마치고, 쓰레기가 쌓이기 쉬운 빗물받이의 경우 수시로 유입구를 청소하며, 불법 덮개가 설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는 지자체엔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 후 1년이 넘었지만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없다. 각 지자체가 작년 말에 제출한 하수관로 유지 관리 계획은 정부가 올해 말 서면으로 이행 실적 보고서를 받아 평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올여름 장마철의 경우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이다. 또 지자체가 자체 제출하는 서면 보고서에 의존하는 만큼 형식적 검사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당장 올여름 물난리가 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시민 안전에 관한 사안이니 실효성 있는 정책이 빨리 반영되도록 설계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덮개 수두룩... "효과적 관리해야"

3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빗물받이에 불법 덮개가 설치돼 있다. 전유진 기자

3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빗물받이에 불법 덮개가 설치돼 있다. 전유진 기자

실제 한국일보가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동작구와 마포구 일대 실태를 살펴보니 제 역할을 못하는 빗물받이가 즐비했다. 마포구 대흥동 거리 빗물받이는 대부분 파란 덮개나 검은 고무가 설치돼 있었다. 쓰레기 투기와 악취를 막는다는 이유인데 모두 불법이다. 대흥동 거주자 서모(28)씨는 "조금만 비가 와도 거리에 물이 고인다"며 "동네에 반지하 주택이 있어 침수가 우려되긴 하는데 직접 떼기도 조심스럽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담배꽁초나 음료수 캔, 비닐봉지 등 쓰레기가 수북이 쌓인 빗물받이도 부지기수였다.

장마철 직전에라도 집중적으로 인력, 예산을 배치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그간의 데이터를 통해 파악한 피해 예상 지역에 자원봉사, 공공 일자리 인력을 즉시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들이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못하도록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정책도 고려해볼 만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금연 안내처럼 빗물받이 관리 소홀이 침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안내문을 부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를 함께 쓰면 단순 금지보다 실행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전유진 기자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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