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속 박명수라는 히든카드
박보검 아닌 박명수가 왜 정체성일까
'가브리엘'이 이색적인 소재와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간 에피소드를 장식한 박보검 외에도 지창욱 염혜란 등 한 작품에서도 보기 힘든 배우들이 총공세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의외의 웃음 폭탄은 박명수에게 나온다. 45도의 무더위 속에서 새 삶을 사는 박명수는 계산되지 않는 웃음을 자아내는 중이다.
JTBC 'My name is 가브리엘'(이하 '가브리엘')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세계 80억 인구 중 한 명의 이름으로 72시간 동안 실제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프로그램으로 가족, 친구, 직장 등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깊은 관계성을 맺으며 펼쳐지는 관찰 리얼리티 예능이다.
'가브리엘'은 김태호 PD의 야심작이다. 여기에 '놀라운 토요일' '혜미리예채파' 연출과 TEO 제작 웹 예능 '살롱드립' 시즌의 초석을 다진 이태경 PD가 제작진으로 참여하면서 그간 김태호 PD가 선보였던 예능과는 다른 결이 예상됐다. 특히 '무한도전'에서 코너 형식으로 다뤄졌던 타인의 삶이 프로그램 형식으로 확장된 만큼 '무한도전' 팬들이 갖고 있는 기대도 컸다.
이후 베일을 벗은 1회~2회에서는 아일랜드 더블린과 태국 치앙마이로 향한 박보검 박명수의 본격 적응기가 담겼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합창단장 루리의 삶을 살게 된 박보검은 대망의 버스킹 공연을 앞둔 상황에서 합창 단원들과 아름다운 하모니를 빚어냈다.
이러한 장면들에서 감동과 뭉클함이 나오기도 했으나 예능적인 재미를 보기엔 어려웠다. 이는 박보검이 평소 갖고 있는 이미지가 연장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평소 신실하고 성실한 것으로 익히 알려진 박보검이 더블린에서 새로운 삶을 살지만 정작 신선한 얼굴을 만나기 어려웠다. 오히려 눈길을 끈 것은 박명수의 고단한 일상이다. 치앙마이에서 쏨땀을 파는 장사꾼 우티로 살게 된 박명수는 '진짜'의 하루를 산다.
재료 손질부터 시작된 솜땀 만들기와 시장 나들이까지 박명수는 매 순간 당황을 금치 못한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한 가정의 가장 박명수다. 박명수 아내 한수민이 일련의 논란으로 방송 활동을 멈췄지만 그전까지 두 사람의 잉꼬 부부 면모가 꾸준히 화제를 모았다. 냉혈한 캐릭터를 고수하던 박명수가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가브리엘'은 박명수에게 '무한도전' 이후 김태호 PD와의 첫 협업인데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또 한번 통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박명수의 부캐 삶은 마냥 고단하지만 유독 여운이 크다. 그가 실제로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감동이기도 하다.
박명수의 고된 여정을 보고 있노라면 박보검의 평화로운 일상이 다소 밋밋해 보인다. 두 사람을 함께 배치한 것이 김태호 PD의 패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박명수가 실제로 바쁜 일정 탓에 딸 민서 육아에 신경 쓰지 못했다면서 태국의 새 딸을 달래는 모습은 짠한 감동마저 선사한다. 김태호 PD는 이 장면을 두고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라고 이야기했으나 '가브리엘' 정체성과 가장 맞닿은 순간이다. 박명수의 진정성 '포텐'이 터지면서 이 예능의 기획 의도가 가장 정확하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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