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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겨울'에 쏟아진 800억 '오일머니'...사우디 게임 월드컵에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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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겨울'에 쏟아진 800억 '오일머니'...사우디 게임 월드컵에 엇갈린 시선

입력
2024.07.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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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서 'E스포츠 월드컵' 8월까지 개최
'배그' 등 21개 종목 선정..."세계 E스포츠 저변 확대 목표"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E스포츠 월드컵' 개막식 모습. E스포츠 월드컵 재단 제공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E스포츠 월드컵' 개막식 모습. E스포츠 월드컵 재단 제공

인생을 바꿀 상금

E스포츠 월드컵 홍보 문구


E스포츠 월드컵(EWC)이 3일(현지시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개막했다. 대회가 열리는 종목(게임) 21개, 총상금은 6,000만 달러(약 830억 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E스포츠 팀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내밀었다. 주최 측은 마땅한 수익원을 만들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E스포츠가 여러 국가와 지역에 걸쳐 규모 확대를 꾀할 수 있는 기회임을 자신하고 있다.

E스포츠 월드컵은 3일부터 8월 25일까지 8주 동안 개최된다. 이 대회 기간 한국 게임사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한국에서 인기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비롯해 21개 게임 대회가 차례로 열린다.

게임별 대회 개최 시점은 조금씩 다르다. LOL 대회는 4일 시작해 7일에 모든 경기가 끝난다. 배그 모바일은 4주 차인 이달 26∼28일 경기를 진행한다. 배그 PC판은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열려 결승전이 EWC 전체 일정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최고의 클럽' 뽑아 별도 상금 지급하자.. 새 팀 줄줄이 창단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 대회의 특이한 점은 개별 게임 대회 외에 최고의 E스포츠 팀을 뽑는 '클럽 챔피언십' 경쟁이 함께 진행된다는 점이다. 게임별 성적을 합산해 좋은 성적을 올린 팀에게 총 2,000만 달러의 상금이 배분된다. 올림픽에서 메달 수에 따라 종합 성적을 줄 세우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의 대형 게임단 가운데서도 광동 프릭스·DRX·젠지 이스포츠·T1 등이 2개 이상의 종목에 선수를 내보내 클럽 챔피언십에 도전한다.

EWC 주최사인 E스포츠 월드컵 재단(EWCF)이 클럽 챔피언십을 도입한 목적은 전 세계의 E스포츠 저변 확대다. 팀이 몇몇 인기·주력 게임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게임에 진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5월에는 전 세계 30개 팀을 뽑아 새로운 종목에 나서게 하는 '클럽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랄프 라이케르트 EWCF 최고경영자(CEO)는 "더 강력한 E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하고 E스포츠를 글로벌 스포츠로 끌어올리려는 것이 EWCF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실제 효과도 있었다. LOL과 '발로란트' 팀만을 유지하고 있던 T1은 '배틀그라운드' '철권 8' '포트나이트' '전략적 팀 전투(TFT)' 게임 팀을 꾸렸다. DRX와 젠지 이스포츠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팀을 새로 결성했다. 종목의 다양성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 말고도 △서구 '도타 2' △중남미 '프리파이어' △중국 '왕자영요' △동남아시아 '모바일 레전드: 뱅뱅' 등 각 지역 내에서 강세인 게임들이 대거 신규 팀을 맞을 기회를 얻었다.



'스포츠워싱' 논란에도... 재정적 어려움 겪는 E스포츠 팀 참가

E스포츠 월드컵 공식 트위터 캡처

E스포츠 월드컵 공식 트위터 캡처


다만 일부에선 비판도 나온다. 전 세계의 게임 제작사와 E스포츠 팀을 한데 모은 것은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본력이기 때문. 인권 침해 등으로 서구에 이미지가 좋지 않은 사우디가 E스포츠를 이용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것이기에 '스포츠워싱'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E스포츠 업계 종사자들은 대회 자체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북미 기반 팀인 '팀 리퀴드'는 EWC 참가를 결정한 후 "윤리보다 수익을 우선한다"는 팬들의 비판을 받고 빅토르 호선스 공동 CEO가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반응이 좋지 않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러 팀들이 참가를 결정한 것은 'E스포츠의 겨울'이라 불릴 정도로 취약한 재정 사정 때문이다. 최근 LOL 북미 리그와 '오버워치 2' 리그 등이 규모를 축소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 월드컵도 기대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결국 '반짝' 행사에 그치지 않겠냐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면서 "이번에 시작된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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