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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부인의 정치적 파워

입력
2024.07.03 16:00
수정
2024.07.03 17:57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바이든 캠프 내에서 후보 사퇴를 일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기사.

바이든 캠프 내에서 후보 사퇴를 일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기사.

미국 여론의 ‘후보 교체’ 압박에도 불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통령 영부인을 그 배후로 분석하고 있다. 질 바이든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항상 나라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편이 토론에서 죽을 쑤던 지난달 27일에도 “바이든이 트럼프의 거짓 가면을 벗겨 내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치자금 기부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 부인 영향력이 막강한 건 트럼프 쪽도 마찬가지다. 제멋대로 할 것 같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눈치를 본다. 재임 중이던 2018년 11월에는 멜라니아가 트럼프의 안보담당 핵심 참모였던 마이라 리카델을 경질하는 일도 벌어졌다. 멜라니아의 단독 아프리카 순방에 동행한 리카델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교체를 요구한 것. 리카델의 상관인 존 볼턴 안보보좌관이 거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의 요구 다음 날 경질했다. 미국 언론은 “백악관 안주인의 파워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 질 바이든과 멜라니아 트럼프의 사례는 최고 권력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배우자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런 일은 외척의 발호를 경계했던 조선에서도 나타났다. 1623년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이후 왕조가 막을 내릴 때까지 집권한 서인-노론 세력은 ‘물실국혼’(勿失國婚ㆍ왕실과의 혼인을 놓치지 않는다)을 고수했다. 권력 네트워크를 공고히 해서 노론 영구집권을 도모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권력자 배우자의 영향력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요즘 여야 정치인들이 전ㆍ현 정권 영부인들을 몰아세우는 건 다분히 정치적이다. 한 원로는 지난해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국가의 방향성이나 정책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 부인네들이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옷을 입었는가에 더 매달리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휘발성은 높겠지만, 진실 규명 대신 의혹 증폭에만 매달리는 영부인 논란까지 정쟁의 앞자리에 놓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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