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투표서 극우에 밀린 좌파·범여권
결선 투표 앞두고 '반극우 전선' 결성
극우 국민연합 "불명예 동맹" 견제구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2, 3위에 그친 좌파 연합과 범여권의 후보들이 오는 7일(현지 시간) 결선 투표를 앞두고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1차 투표 결과, 1위를 거머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결선 투표에서도 의석을 대거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나머지 후보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극우에 단 한 석도 못 줘"... 똘똘 뭉친 '반극우'
1일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RN 중심 극우 블록은 전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33%를 기록하며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28%)과 여당 르네상스 주축 중도 블록인 앙상블(22%)을 모두 제쳤다. RN은 1차 투표 때 '유권자 25% 이상, 당일 투표수 50% 이상' 조건을 충족해 이미 확보한 39석을 포함, 전체 선거구 577곳 중 297곳에서 선두에 오른 상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RN의 예상 의석수를 '230~280석'으로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RN이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NFP와 앙상블 모두 "RN에 단 한 석도 내어주지 않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다. 두 진영은 '반(反)이민, 반유럽연합'을 주창하는 RN이 과반 의석 또는 다수당을 차지해 '동거 정부' 일원으로 참여하거나, 의회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본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은 '3자 구도'가 된 선거구에서 3위에 오른 후보를 사퇴시키는 것이다. 3위 후보 지지가 '반극우 정서'를 매개로 NFP 또는 앙상블 등 '2위 후보'에게 흡수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표 분산을 막겠다는 얘기다. 프랑스 르몽드에 따르면 당초 3자 구도 선거구는 306곳이었는데, 1일 오후 기준 185명이 결선 투표 진출을 포기했다. 이러한 행렬은 후보 사퇴 시한인 2일 오후 6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높은 투표율이 만든 전략... 극우 "불명예 동맹" 비판
NFP와 앙상블의 원래 의도는 아니다. 3자 구도가 많이 형성된 것은 1차 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데 따른 결과다. 결선 진출을 위해 후보자는 1차 투표에서 '유권자 12.5% 득표율'을 얻어야 하는데, 후보자 3명이 이를 충족하려면 투표율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총선 1차 투표율은 66.7%로, 1997년 총선 이래 최고였고 2022년 총선(47.5%)보다 19.2%포인트나 높았다. 갑작스러운 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 마크롱 정부에 대한 불만 고조, 극우 정당 견제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다만 '반극우 전선'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당장 사퇴 후보에 대한 지지가 어디로, 얼마나 흡수될지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RN에는 치명타일 수 있다. RN으로서는 '과반 의석'에 실패하고 '어정쩡한 1위'에만 그쳐도 다른 당과의 협상에 실패하면 총리 배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현재로선 차기 총리 고지를 선점한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3위 후보 지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불명예스러운 동맹"이라며 NFP와 앙상블 간 '사퇴 연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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