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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울림 주는 미국 대외전략의 새로운 모색

입력
2024.07.02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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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기
김동기작가·변호사

편집자주

세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적 불확실성 매우 커졌다. 우리의 미래 또한 국제적 흐름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이 흐름의 실상과 방향을 읽어 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벤저민 로즈. 게티이미지

벤저민 로즈. 게티이미지


오바마 핵심 참모의 새로운 주장
바뀐 국제질서에 맞는 접근 필요
전쟁 회피하며 국제협력 강화해야

벤저민 로즈(Benjamin J. Rhodes).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역임했고, 현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과 함께 국가안보행동(National Security Action)을 함께 운영했다. 그는 지난달 '포린어페어스'에 발표한 글에서 미국 대외전략에 관한 새로운 제안을 한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산업정책 때문에 동맹국들과 긴장도 있었지만, 대체로 트럼프 정부 시절 손상된 동맹들과의 관계를 복원했다. 하지만 현재 국제상황은 혼란스럽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유엔 안보리나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핵심적 국제기구는 구성국들 사이의 대립으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러시아는 미국 중심의 질서를 부수려 하고, 중국은 새로운 대안적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 브라질, 인도, 튀르키예, 아랍 국가들은 이슈에 따라 협력 파트너를 바꾼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대부분 서방 측 국가들만 미국과 협력한다. 미국 주도의 질서가 무너지고 몇몇 블록들로 나뉜 세계는 치열하게 각축한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제3의 길이 필요하다고 벤저민 로즈는 강조한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입장을 직시해야 한다. 인권과 법의 지배를 말하면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하는 미국에 대해 위화감을 느끼는 세계인들이 적지 않다. 이제 세계 각지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미국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전제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화하는 세계의 현실에 발맞춰 가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외교과제는 제3차 세계대전을 피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갈등이 큰 세 지역, 러시아-우크라이나, 이란-이스라엘, 중국-대만은 모두 미국이 군사적으로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곳이다. 미국인들이 이 지역에서 전쟁을 하려고 하지 않고 법적 의무도 없는데, 미국이 말로 위협을 하고 군사력을 키운다 해서 이 지역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대신 미국은 외교에 집중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배하는 지역을 보호하고 투자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유럽에 통합해 러시아와의 장기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중동에서 미국은 아랍 및 유럽 국가들과 협력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쪽으로 노력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안보도 확고히 해야 한다.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은 현상유지에 주력해야 한다. 대만의 군사력 강화를 돕지만, 중국과의 적대적 충돌을 피해야 한다. 강경파들은 이런 외교전략을 유화책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재와 군사지원만으로 러시아, 이란, 중국의 몰락을 유도하기는 힘들다. 강경파들이 깨달아야 할 교훈은 베트남전쟁보다는 인권운동이 냉전 승리에 더 기여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기후위기, 인공지능(AI) 등 중대한 문제를 국제협력을 통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전쟁을 피하고, 새로운 국제규범을 정립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교에 더 경주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생명은 똑같이 중요하다는 걸 확인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이 세계에 내거는 기본 가치이어야 한다. 미국의 정치모델과 사회가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깊어진 미국 내부의 정치적 독성부터 제거해 민주주의의 건전성을 되찾는 게 우선 필요하다. 벤저민 로즈는 현실적 시각에서 국제상황을 분석하고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방향을 제시한다. 미국과 한국의 국제적 역할에 다른 면이 있지만, 그의 통찰은 한국에도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김동기 작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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