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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을 러시아에 잃다

입력
2024.07.02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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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는 19일 쌍방 사이 '포괄적이며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는 국가 간 조약'이 조인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는 19일 쌍방 사이 '포괄적이며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는 국가 간 조약'이 조인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중국 내전에서 승리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후, 미국에서는 '누가 중국을 잃었는가?'라는 논쟁이 일었다. 마오쩌둥의 공산군이 미국 지원을 받던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를 패배시키면서 당시 미국 정치계에서는 중국 공산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중요 토론 주제가 되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동맹 회복은 미국 주도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불량국가'들이 공개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미국 외교의 실패이자 미국의 위신 실추를 의미한다. 북핵 관련해서는 수십 년간 지속된 북미 협상의 사실상 종결을 의미한다.

특이한 점은 '누가 북한을 잃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미국 내 토론과 숙의가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 정책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히려 북러 밀착으로 '중국이 궁지에 빠졌다'는 담론을 신속하게 생산해 관심을 중국으로 돌리고 있다. 과연 이것이 사실인지 점검이 필요하다.

북러 밀착으로 중국이 '곤경'에 처했다는 주장은 빈약하다. 푸틴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진핑이 '곤경'에 빠졌다는 주장과 유사하다. 시진핑은 2023년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과 우정을 과시했다. 2024년 푸틴이 재당선되자 처음 방문한 곳이 바로 중국이었다. 이번에도 김정은과 평양에서 회담을 갖기 한 달 전에 푸틴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과 회동했다. 이를 통해 북중러 전략적 교집합은 더욱 늘어갈 것이다. 북러 밀착에 대해 미국이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북중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담론도 과장이다. 미중 관계 악화가 심화할수록 북한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다는 지정학적 현실은 여전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 협력뿐만 아니라 23개 조항에 걸쳐 대외정책, 경제, 에너지, 금융, 첨단 산업, 과학기술 등을 망라한 문서에 서명한 것은 양국 관계가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 전략 관계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중국 입장에서 북러 관계 강화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 모두와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 간의 협력 강화는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견제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북러 간 경제협력 확대는 중국의 동북 3성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역내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직접적인 대북 지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북러 밀착에 대한 중국의 공식 반응은 냉소적이지만, 사실상 묵인하는 태도를 보인다. 중국이 북러 관계 강화를 자국 이익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적 균형을 모색할 기회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북러 관계 강화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큰 도전이 되고 있으며, 중국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러시아-북한 관계의 발전을 객관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러한 시도는 객관적 분석을 왜곡시킨다. 한국은 북러 밀착의 장기적 영향과 중국의 전술적 '관망' 입장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시시각각 바뀌는 지정학적 변동에 영민하게 대처할 준비도 꾸준히 해야 한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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