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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거리 4900원 맛집

입력
2024.06.27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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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솥

한솥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에서 청담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명품 거리엔 건물을 통째로 빌려 꾸민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다. 루이뷔통 옆 구찌와 디올, 샤넬 옆 카르티에 그 옆엔 프라다가 있다. 땅값이 3.3㎡당 3억 원을 호가하고 수천만 원짜리 럭셔리 제품만 팔 것 같은 이곳 대로변에 단돈 5,000원에 우아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맛집 건물이 당당히 서있다. 한솥 도시락 본사 직영 매장이다.

□ 깔끔한 1층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할 수 있다. 마라치킨 덮밥과 돈까스도련님 도시락이 4,900원, 소불고기 도시락이 5,700원, 프리미엄 해바라기 도시락이 1만 원이다. 2층으로 올라가 창가에 자리를 잡으면 깍두기처럼 가지치기를 한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내려다보며 식사할 수 있다. 지하 1층 한솥아트스페이스로 내려가면 무료로 미술품을 감상하며 문화도 향유할 수 있다. 안내인(도슨트)이 설명도 해준다. 재활용품으로 만든 신예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친환경 전시회는 다음 달 말까지 이어진다.

□ 한솥 직영 매장과 미술관은 ‘따끈한 도시락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기업 이념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다. 한솥은 1993년 서울 종로에서 26㎡ 매장으로 출발했다. 배달 도시락이 경쟁할 때 포장해 가는(테이크아웃) 도시락으로 원가를 낮췄고, 970원짜리 콩나물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외환위기 당시 다른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릴 때도 한솥은 값을 동결했다. 매출이 뛰고 가맹점을 내고 싶다며 스스로 찾아오는 이들이 늘면서 국내 최대 도시락 프랜차이즈가 됐다. 2년 전 청담동 빌딩을 450억 원에 매입할 정도로 사세는 꾸준히 커졌다.

□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점심값도 부담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손님들 사정을 생각해 가격을 올리지 않는 착한 가게들도 적잖다. 정부가 2011년부터 지정해온 ‘착한가격업소’는 전국 7,500여 곳이다. 착한가격업소를 반납하거나 포기하는 곳도 있지만 꿋꿋이 버티는 사장님들도 많다. 이런 선한 식당과 기업에 박수를 보낸다. 눈앞의 돈만 좇다 보면 실패하고 오히려 이타주의를 실천할 때 성공하는 게 사업이라고 경영의 신들은 조언한다.

한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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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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