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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

입력
2024.06.2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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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오세아니아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토 람 베트남 국가주석과 손을 흔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토 람 베트남 국가주석과 손을 흔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지난 6월 20일 베트남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토 람 베트남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이로써 최근 9개월간 미국(2023년 9월), 중국(2023년 12월), 러시아 정상이 모두 베트남을 방문하였다.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경합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국, 중국, 러시아가 베트남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베트남이 지정학적 요충지에 있고, 인도네시아와 함께 아세안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비동맹 정책을 고수해 온 베트남을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로 유인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과 해양 영토분쟁 중인 베트남이 해양안보 역량을 배양할 수 있도록 관련된 자산과 자원 공여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베트남의 제1 교역국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해 미국과의 안보협력 증진을 견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서구 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베트남을 중시하고 있다. 베트남이 군사 장비의 80%를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있고, 러시아와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석유, 가스 탐사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베트남은 굴곡진 현대사를 겪었다. 프랑스, 일본, 미국, 중국과 전쟁을 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더 많은 친구, 더 적은 적대국'을 추구하는 '대나무 외교'를 펼치고 있다. '과거는 과거이고 미래를 중시'하는 베트남 국민의 실용적인 성향이 반영된 외교정책이다. 일례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적국이었던 미국의 항공모함이 2018년, 2020년, 2023년에 베트남 다낭에 기항하였다.

베트남 최대 해외개발원조(ODA) 공여국은 일본이다. 베트남은 안보 위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일본과의 안보협력 수준을 높여나가고 있다.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베트남은 과거 식민 지배 국가였던 프랑스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적 입지를 만들어가는데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역내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같은 영연방 국가가 있는 영국에 비해 프랑스는 동남아시아에 거점 국가가 없어서 베트남과의 안보협력이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베트남은 중국과의 남중국해 해양 영토분쟁에도 불구하고, 통킹만 해역에서 중국과 수년째 양국 해양경비대의 공동순찰을 수행하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 국민의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음에도, 베트남 공산당과 중국 공산당은 공산주의 정당 간 유대를 통해 양국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2022년 12월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하였다. 베트남이 한국의 3번째 교역국이고 한국도 베트남의 3번째 교역국임을 고려할 때, 양국이 경제협력을 중시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에 더해, 개혁·개방이래 능동적 실리 외교를 펼치는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양국 안보협력의 공간도 창출해야 한다. 우리와 베트남이 경제협력을 넘어서, 진정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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