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쌀 한 가마니 20만 원 선 위태
"추가 수매 없다"던 정부, 5만 톤 수매
벼 매입자금 상환 기간 3개월 연장
올해도 쌀이 남아돌며 또다시 처치 곤란 상태가 되자, 정부가 쌀을 추가로 수매하고 재배면적을 줄이는 등 대책을 내놨다. 야당에서 남는 쌀을 재정으로 사들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추진할 기세를 보이자 정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당정은 21일 민당정 협의회에서 쌀값 안정화대책을 논의·확정했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10∼12월) 80㎏ 평균 20만2,797원이었는데, 이달 15일 기준 18만7,716원으로 7.4%가 하락했다. 올해 수확기에도 20만 원 선을 지키지 못할 공산이 커지면서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20년 전과 비교해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32%(83.2㎏→56.4㎏)로 줄며 매년 역대 최소치를 경신하고 있다. 쌀이 시장에서 과잉공급되는 셈인데, 쌀 재배면적을 줄여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정부 대책의 핵심이다.
정책은 세 방향으로 추진된다. 우선 ①쌀 5만 톤을 추가 매입한다. 앞서 정부는 공공비축 용도로 지난해 생산된 쌀 40만 톤을 수매하고 해외 원조 물량으로 10만 톤을 더 사들여 추가 수매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번에 수매한 5만 톤은 아프리카 등 해외 원조 물량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생산자 단체 측에선 남는 쌀 15만 톤을 전량 정부가 매입하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전부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일단 올해 5만 톤이 덜 생산될 것으로 보여 그만큼을 앞당겨 수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벼 재배면적도 추가 감축한다. 정부는 올해 벼 재배면적을 69만9,000ha로 전망했다. 하지만 4개월간 전략작물직불(전략작물 재배 시 직불금 지급) 지원대상 품목을 두류 전체로 확대하고, 옥수수 등을 추가해 다른 작물로 농가 시선을 돌린 결과, 올해 재배면적은 당초 목표보다 1만 ha 이상 줄어든 68만3,000~68만9,000ha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쌀 5만 톤 이상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③쌀 저가 판매를 막기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벼 매입자금 상환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9개월로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산지에서 쌀을 사서 보관하고 있는 지역 조합들이 매입자금 상환 기간인 6월이 되자 쌀을 할인해 팔고 있어 쌀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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