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물질 포함된 저장수 바다로 유출
"연간 배출제한 기준치 못 미친다"지만
연간 10회 내외이던 사고·고장 벌써 8회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월성 4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조에서 저장수 2.3톤(t)이 바다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자체 방사선 검사 결과 연간 배출제한 기준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으나, 최근 원전 사고·고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한수원과 당국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중수소·감마핵종 바다로 흘러나가
23일 원안위와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에 따르면, 월성원자력본부는 전날 오전 7시 40분쯤 계획예방정비를 위해 가동 중단 상태였던 월성 4호기 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저장수가 해양으로 흘러나간 사실을 파악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들어 있는 저장수를 냉각시키기 위한 열교환기의 파이프에 누수가 발생한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가 발생한 열교환기는 가동이 중단돼 추가 누수는 없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사용후핵연료 저장수가 외부로 누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안위는 사고 발생 직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를 파견해 인근 바다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한수원은 저장수에 들어 있던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와 감마핵종이 바다로 흘러나간 것으로 보고 시료 분석을 실시했는데, 유출된 삼중수소는 연간 배출제한치의 10만 분의 1, 감마핵종은 1,000만 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안위 관계자는 "원전 내부 저장수가 외부로 유출된 만큼,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즉각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원전에 문제가 생긴 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13일과 19일 신한울 2호기의 터빈이 자동으로 정지되며 멈춰 섰는데, 신한울 2호기는 가동을 시작한 지 석 달도 채 안 된 새 원전이다. 한수원은 "(정지 원인이 된) 부품을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도 "안전과 직접 관련된 문제는 아니었으며, 신규 발전소의 안정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신규 원전은 안전 민감도가 높아 자동 정지되는 횟수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친원전 기조에 따라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작은 문제에도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복적 문제 발생에 경각심 가져야"
최근 통계는 경각심을 높여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가동 원전 수 총 27기)과 2023년(28기) 발생한 연간 원전 사고·고장은 각각 10회와 11회였다. 그런데 올해는 6월 기준 이미 8회다. 이 수치는 국제 원자력 사고·고장 등급상 일정 등급 이상의 사고나 고장만 집계한 횟수다. 등급 이하의 작은 사고·고장까지 감안하면 횟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수원과 원안위는 "국내 원전 사고·고장 횟수가 국제적으로 봤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련의 사고·고장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작은 문제라도 반복해 쌓이다 보면 큰 사고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병령 전 원안위 위원은 "안전 민감도가 높아졌다고 해도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기술적인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면서 "외부 감시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원전은 안전 관리 및 감시에 보다 철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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