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타 지자체 협력해 서울 청년 창업 지원
제주 돌멩이→크레용, 통영 굴껍데기→제설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지희(37)씨는 3년 전 전남 강진에서 창업했다. 창업 활동이 왕성하고 소비시장이 큰 서울을 놔두고 먼 강진까지 내려간 건 창업 아이템인 곡물 '귀리' 때문이었다. 강진은 국내 최대 귀리 생산지다. 이곳 특산물인 '쌀귀리'를 원료로, 물이나 우유없이 바로 짜서 먹는 식사대용식 제품을 만들면 바쁜 직장인들에게 반응이 좋을 것 같았다. 회사명 '오트릿'도 귀리(Oat)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대접(Treat)한다는 뜻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식사대용품 반응이 좋아 귀리를 활용한 차, 빵, 김부각 등도 연이어 출시했다. 최근 중국 바이어가 수출용 샘플을 구매했고, 싱가포르 태국 미국에서도 문의가 쇄도해 수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는 "창업 당시 국내 대기업이 귀리 활용 가공식품에 뛰어들고, 귀리 수입량이 증가하며 시장 확장 추세여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정지솔씨는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로 실패를 맛본 뒤 제주도로 내려갔다. 사진을 전공한 그의 창업 아이템은 현지에서 매우 흔하면서도 가장 제주도다운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 돌멩이. 이 돌을 활용해 장식품과 크레용을 만들었다. 박물관에 갈 때마다 꼭 기념품을 사는 '기념품 덕후'였던 그가 유독 제주도에선 살 게 없었다는 경험을 토대로 '역발상'으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제주공항면세점 제주돌문화공원 등 공공기관에 납품도 했다. 정씨는 "진짜 제주도다운 기념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회사명도 제주도 영문 철자를 거꾸로 배열한 오두제(ODUJEJ)로 지었다"고 말했다.
서울 청년들이 전국 각지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창업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역 상생 일환으로 청년들의 지역 창업을 돕는 '넥스트로컬' 사업을 통해서다. 서울청년에게 지역 자원을 활용한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경제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사업으로, 2019년부터 서울시와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청년(팀)은 2개월간 지역자원조사 비용과 현지 임시 체류 및 사무공간 등을 지원받은 뒤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사업계획 심사를 통과하면 추가 지원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기준 강원 영월, 전남 강진 등 62개 지자체가 참여했고, 5년 간 195개 창업기업(팀)이 육성돼 누적매출액 338억 원, 투자액 107억 원 유치, 529명 고용 창출이란 성과를 냈다.
청년들의 아이디어는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기발하다. 정유찬(34)씨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임신이나 수유 또는 다른 건강상 이유로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소비자를 위한 '페이크커피'를 기획했다. 커피 특유의 그윽한 향과 쌉싸름한 맛을 전북 고창에서 재배되는 검정보리 신품종 ‘흑다향’을 활용해 구현했다. 고창 지역 농업법인과 연구해 보리 로스팅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았고, 2020년 시제품을 개발해 상품화한 것. 그 동안 34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아마존 해외유통망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정 대표는 "우리 농산물인 고창 보리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아, 커피 대체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인 이탈리아산 오르조를 활용한 제품을 뛰어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남 통영의 버려지는 굴 껍데기(패각)를 활용해 친환경 제설제(액상 염화칼슘)를 개발한 기업 '쉘피아', 경북 문경의 지역 예술인 장인 작가와 협업해 폐가나 대장간 등을 현지 역사와 문화가 담긴 숙박 공간으로 재탄생시켜주는 기업 '고결'도 있다.
시는 강원 양구, 충북 단양 등 19개 지자체와 협력해, 올해도 청년 66팀(112명)을 지원한다. 이들은 더덕 등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고급밀키트 개발, 외국인 선원 관리 플랫폼 개발 등에 도전한다. 오세훈 시장은 "인구감소로 침체된 지역사회에 서울 청년들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상생의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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