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탈석탄, 풍력·탄소중립산업 육성'... 22대 국회 기후 정책 협력 틀로

입력
2024.06.19 04:30
수정
2024.06.19 13:53
8면
0 0

[화성에서 온 재생e, 금성에서 온 원전]
①-3 22대 국회에 바란다
기후·에너지 전문가 초선의원 3인 인터뷰
국힘 김소희, 민주 박지혜, 조국혁신 서왕진

편집자주

인구소멸과 기후변화 등으로 구조적 위기가 닥쳐오고 있지만 5년 단임 정부는 갈수록 단기 성과에 치중해 장기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정권교체마다 전 정부를 부정하는 정치적 갈등으로 정책적 혼선도 가중됩니다. 한국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이런 문제를 진단하면서 구조 개혁을 이루기 위한 초당적 장기 전략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제22대 총선에서는 역대 처음으로 원내 모든 정당이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후 이슈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 출신 의원도 다수 당선됐다. 과연 22대 국회는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초당적 협력을 이뤄낼 수 있을까. 한국일보는 그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김소희(왼쪽 사진부터) 국민의힘,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을 인터뷰했다. 사진= 고영권·이한호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제22대 총선에서는 역대 처음으로 원내 모든 정당이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후 이슈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 출신 의원도 다수 당선됐다. 과연 22대 국회는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초당적 협력을 이뤄낼 수 있을까. 한국일보는 그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김소희(왼쪽 사진부터) 국민의힘,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을 인터뷰했다. 사진= 고영권·이한호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에너지를 진보와 보수, 좋은 에너지와 나쁜 에너지의 프레임으로 나눠 정쟁만 거듭했다.”

기후·에너지 전문가로 제22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은 21대 국회 지난 4년에 대해 공통된 평가를 내놨다.

역대 처음으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21대 국회. 하지만 마지막 본회의에서조차 주요 기후 법안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파리기후협정(2015년)이 체결된 이듬해 출범한 20대 국회에서도 기후정책은 뒷전이었다. 18대 국회에서 통과돼 2012년부터 시행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은 국내 첫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2020년 5억4,300만 톤(전망치 대비 30% 감축)’이 담겼지만 2020년 실제 배출된 온실가스는 6억5,622만 톤으로, 목표보다 약 1억 톤 더 많았다.

실패가 반복되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 지난달 30일 출범한 22대 국회는 원내 정당 모두 기후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정쟁을 끝내고 변화를 이뤄낼 절호의 기회로 꼽힌다. 한국일보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초당적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기후 인재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김소희 국민의힘(비례), 박지혜 더불어민주당(경기 의정부갑), 서왕진 조국혁신당(비례) 의원을 만났다. 세 의원은 탈(脫)석탄과 재생에너지, 탄소중립 산업 육성 등에서 인식과 목표를 공유했다. 다만 탈석탄 속도와 원자력에 대한 입장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갈렸다.

화석연료에서 '정의로운 전환' 준비

에너지 전환에서 세 의원의 접점은 뚜렷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그중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의 질서 있는 퇴출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59기 중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

세 의원은 “탈석탄을 실제로 이행하기 위한 세부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 경기 침체와 실업 등 위기에 대처하며 지원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소희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 특별법’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봤다. 박지혜 의원은 “국회의장 직속의 ‘정의로운 전환’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할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충남 보령 석탄화력발전소는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운영사인 한국중부발전은 액화천연가스(LNG)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이를 대체하려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충남 보령 석탄화력발전소는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운영사인 한국중부발전은 액화천연가스(LNG)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이를 대체하려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탈석탄이 기후위기 대응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점은 전문가들 역시 동의하는 바다. 기후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넥스트의 송용현 부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탈석탄법 입법 토론회'에서 "탈석탄 논의가 늦어질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사업자들의 발전소 폐지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사용이 증가하는 국가 정책 기조상 향후 석탄발전소의 평균 이용률과 수익은 낮아지게 되는데, 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발전소 보상 비용도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 부대표는 "2035년, 늦어도 2040년까지는 탈석탄이 완료돼야 사회적 비용은 적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적정한 보상을 받는 순조로운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탈석탄 시기를 앞당겨야 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의견이 갈렸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공약으로 석탄발전소 가동을 2040년에 모두 중단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박 의원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 로드맵을 담은 ‘탈석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서왕진 의원은 “온실가스 감축에 최우선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탈석탄”이라면서도 “기존에 세웠던 계획도 진행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앞당기는 것은 그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도 “기존 화석연료 기반을 어떤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대체할 것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연금 개혁처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 재추진 필요 기후 법안. 그래픽=박구원 기자

22대 국회 재추진 필요 기후 법안. 그래픽=박구원 기자


해상풍력·재생e 늘리고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가 확충돼야 한다는 공감대도 튼튼했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법은 정부가 해상풍력발전 설치를 위한 입지 발굴과 주민 협의·인허가 등을 돕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골자다. 김 의원은 “해상풍력을 설치하려면 최대 29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 3면이 바다인데도 풍력발전에는 진전이 없다”며 “기존 소규모 태양광 위주의 재생에너지 보급에서 나아가 더 풍부한 에너지를 보급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전력망 개선을 위한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데도 모두 동의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전력망 확충을 위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토지 보상 등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안도 발의됐지만 다른 기후 법안들과 마찬가지로 폐기됐다. 서 의원은 나아가 “농지법 개정을 통해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을 닦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 단지의 발전 터빈이 2022년 2월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 단지의 발전 터빈이 2022년 2월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원자력·재생e 활용 순서는 이견

원자력은 각 의원들의 의견이 가장 갈리는 문제였다. 김 의원은 “원자력이든 재생에너지든 장단점을 따져서 다양한 저탄소 에너지로 우리 산업 구조를 지탱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특정 에너지에 프레임을 씌워 평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나아가 “그간 원전이 압축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만큼 그 쓰레기를 처리하는 장소를 만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도 훨씬 이전 정부에서 통과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원전 등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 처분 및 임시 저장 시설 기준을 담는 법인데, 임시 시설 관련 여야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 역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박 의원은 이 법에 대해 “고준위 핵폐기물은 수십만 년을 격리 보관해야 하는 만큼 영구 처분 시설 등의 건설이 시급하다”면서도 “처리장을 짓는다고 해서 위험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은 이미 전 세계 원전 밀집도 1위이기 때문에 신규 원전 건설을 전제로 하지 않는 고준위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 의견도 박 의원과 비슷하다. 그는 “정부가 원자력을 중심에 둔 무탄소 연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은 물론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며 “신규 원전을 새로 짓는 것은 주민 수용성 같은 문제로 쉽지 않은 데다, 원전 중심의 정책 기조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흐름을 꺾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산업, 당근과 채찍으로 육성'

세 의원은 국내 탄소중립 산업 육성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기후 대응이 국민 안전은 물론 산업 구조 재편에도 직결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기로 약속한 파리협정은 물론, 그 이행을 강화하려는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무역규범이 등장하는 현실에서 적응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구조를 저탄소 에너지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전환금융’ 육성 법안을 가장 먼저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가칭 ‘탄소중립 녹색성장 금융 특별법’이다. 박 의원 역시 탄소중립산업법, 일명 ‘한국형 IRA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등 대표적인 탄소중립 산업 분야에 투자를 유인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며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유인은 물론 신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민생 법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의 정책위원회 의장인 서 의원은 당 공약인 ‘3080 햇빛바람 정책 패키지’에 ‘태양광 및 풍력발전지원특별법 제정’을 담았다. “현 정부 들어 기반이 흔들린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발 빠르게 진전시켜야 한다”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현대차는 울산에서 첫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자동차 산업을 전기·수소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탄소중립 시대 자동차 업계가 당면한 큰 과제다. 울산=김형준 기자

지난해 11월 현대차는 울산에서 첫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자동차 산업을 전기·수소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탄소중립 시대 자동차 업계가 당면한 큰 과제다. 울산=김형준 기자

산업 육성 지원이라는 당근책은 물론, 기업의 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채찍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공감대도 분명하다.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이 제도는 흔히 쓰레기종량제로 비유된다. 종량제 봉투가 비쌀수록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처럼, 배출권이 비싸면 기업은 스스로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선 배출권의 90%가 무상할당되고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 의원은 "전환(발전) 부문부터 유상할당을 올리기 시작해 산업 등 전 분야에 유상할당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배출권 판매 수익 재원을 탈탄소 산업 전환 지원에 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배출권 가격이 최소 3만 원으로 유지되는 등 적정 탄소 가격을 부과해야 기업들도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유럽 CBAM 등에도 대응할 수 있다"며 "담당 부처인 환경부가 흔들리지 않고 시장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강화는 전문가들도 폭넓게 지지하는 정책이다. 기후싱크탱크 '플랜1.5'는 정부 탄소중립 기본 계획 등을 정량 분석한 결과, 유상할당 비중을 최소 25% 이상으로 강화한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2026~2030년 약 5년간 1억2,6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초당적 기후특위 상설화 필수"

정당 간 차이를 좁히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진전시키려면 선결 과제가 남아 있다.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다. 기후특위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가 관계된 기후 정책을 복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시도된 협력기구이지만 실권이 없어 사실상 ‘식물특위’로 전락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기후대응기금운용계획안 보고에 관련 6개 기관·부처 중 단 2개 기관장만 참석한 것은 21대 국회 기후특위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거버넌스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협치도 어렵다는 점은 과거 국회 운영 과정에서 드러났다. 세 의원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기후특위를 상설화하고 법안심사권과 예결산심의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지난달 10일에도 세 의원을 비롯해 원내 8개 정당 소속 당선자 10인이 모여 기후특위 상설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후대응을 위한 초당적 협력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제22대 국회 여야 당선자 10인은 지난달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상설 기후특위 설치를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제22대 국회 여야 당선자 10인은 지난달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상설 기후특위 설치를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신혜정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