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 '2023 강제 이주 보고서'
강제 실향민 규모, 지난해 사상 최대
수단·가자 전쟁, 미얀마 내전 등 원인
지난해 지구상에서 전쟁과 내전,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원치 않게 고향을 등진 사람 수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인구 69명 중 1명은 국내외를 떠돌고 있었다.
15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UNHCR) ‘2023년 강제이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약 880만 명이 분쟁, 박해, 폭력, 인권 침해 등을 피해 삶의 터전을 떠났다.
지난해 말 기준 강제 이주 상태인 사람은 약 1억1,730만 명에 달했다. 일본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10명 중 6명(58%·약 6,830만 명)은 자국 안에서 터전을 잃은 국내 실향민, 나머지는 난민이나 망명 신청자 등 국경을 넘어 이동한 이들이었다.
보고서는 “지구상 69명 중 1명이 고향을 떠나 자국의 다른 지역을 향하거나 국경을 넘어 강제 이주했다는 의미로, 10년 전 이 비율이 125명 중 1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피란을 떠난 사람 10명 중 4명은 어린이였다.
지난해 새로 발생한 강제 이주민 75%는 저소득, 중간소득 국가 출신이었다. 이주민 수가 늘어난 주요 사건으로는 △수단 분쟁 △가자지구 전쟁 △시리아·미얀마 내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꼽혔다.
수단의 경우 지난해 정규군과 준군사조직 사이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서 난민 신청자가 180만 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이어진 가자 전쟁으로 발생한 피란민도 약 200만 명으로 추정됐다.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 진영과 군부 간 충돌이 3년 넘게 이어지는 미얀마에서도 지난해 난민 130만 명이 새로 발생했다.
이들 국가에서 발생한 난민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는 미국(약 129만 명)이었고, 그 뒤를 독일(약 33만 명)과 이집트(약 18만 명)가 이었다.
올해도 포성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강제 이주민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엔난민기구는 올해 1~4월에도 피란민 수가 계속 늘어 4월 말 기준 강제 이주자 수가 1억2,000만 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켈리 클레멘츠 유엔난민기구 고등판무관은 “강제 이주는 우리 시대 세계적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고, 필리포 그란디 최고대표는 “극명하게 늘고 있는 피란민 수 이면에는 수많은 인간적 비극이 숨어 있다”며 “국제 지정학상 변화가 없다면 불행히도 그 수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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