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하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작년 5000만불 이어 2000만불 유치
대부분 선진국 기업, 한국 참여 저조
"한국 기업들 아포코서 기회 잡기를"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다. '퍼스트 무버’에 해당하는 선진국 선도기업의 혁신 제품이나 기술을 신속하게 추격했고 더러는 추월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기후변화 등 환경 이슈가 요즘처럼 대두되기 전이다. 그러나 한국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넷제로’ 달성을 공언한 상황에서 이런 성장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종호(63)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아포코) 사무총장은 1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탄소배출’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답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에도 성공한 나라인 만큼 적극 대응하면 탄소 분야의 퍼스트 무버가 돼 더 성장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탄소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포코는 지속가능한 산림관리를 목적으로 2012년 우리나라가 주도해 만든 산림 분야 국제 협력기구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1989년 산림청 사무관을 시작으로 주인도네시아 임무관 등을 지낸 국제 산림 협력 전문가다.
‘탄소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각국의 개발격차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국제사회는 탄소배출 저감에 합의했지만, 선진국이 주도하는 이 흐름에 성장이 더 중요한 개발도상국들은 선뜻 동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다.
박 사무총장은 이 때문에 탄소배출 저감을 강제하는 국제협약에 대해 비관적으로 본다. 그는 "타결되지 않거나 타결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그사이 기후변화의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이 실질적 탄소세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탄소세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연료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탄소배출 저감 노력에 소홀한 국가나 기업의 제품에는 '비관세 장벽'이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권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배출권을 저렴한 값에 매입하기 위해 분주히 활동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먼 산 바라보듯 한다는 게 박 사무총장의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네덜란드 라보은행이 아포코에 5,000만 달러(약 690억 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 3일엔 런던 소재 기후 전문 자산운용사인 클라이밋 애셋 매니지먼트(CAM)가 2,000만 달러(280억 원)를 투자한 게 좋은 예다. 그는 “아포코는 한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기구인데, 아포코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자금은 유럽, 미국 등 선진국 기업의 것”이라며 “국내 기업 참여는 고작 10억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포코는 협약에 따라 회원국에 나무를 심고, 일정 기간 뒤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 측정한 회원국 목재량을 탄소 흡수량으로 환산한다. 이를 통해 얻은 탄소배출권은 나무를 심은 회원국과 투자자가 일정 비율로 나눠 가진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들이 확보한 탄소배출권은 ‘탄소세 장벽’에 대한 유용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
아포코가 글로벌 투자사와 기업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한국이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산림녹화에 성공한 뒤 기술과 경험을 오랜 기간 이웃 나라에 전수하면서 국제 산림 분야에서 명성을 얻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는 이유다. 박 사무총장은 “아포코가 추진하는 10년 기후행동 계획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만큼 아포코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본다”며 “한국이 주도해 만든 이 플랫폼에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이 들어와 이웃 나라를 돕고 미래도 준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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