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바케노 리튬 광구 하층토 사용권 약속
기본 지질모형으로 리튬 2만5000톤 부존 추정
"동해 영일만과 달라... 인근 500곳 이미 시추"
시추로 경제성 확인되면 민간 역할 확대될 듯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리튬 광구 4곳에 대한 단독 탐사권을 약속받았다. 이곳에는 전기차 330만 대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리튬이 묻혀 있다고 추정되는데, 지질연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실제 시추를 통해 경제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지질연은 지난 12일 오후 카자흐스탄 힐튼 아스타나 호텔에서 열린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포럼'에서 카자흐스탄 동부 바케노 지역 리튬 광구의 본격 탐사를 주요 골자로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와 국영광물탐사회사 타우켄삼룩, SK에코플랜트와 다자 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바케노 리튬 광구 4곳의 '하층토 사용권'을 지질연에 독점 부여하겠다고 약속한 데 의의가 있다. 이 사용권은 땅속을 시추하고 채굴할 수 있는 권리로, 카자흐스탄 자원 개발의 필수 라이선스로 꼽힌다.
카자흐스탄 동쪽 끝에 있는 바케노 광산은 1948년 발견돼, 1980년대까지 탄탈륨 중심의 채굴이 이뤄졌던 곳이다. 2021년부터 리튬 탐사·개발을 중심으로 카자흐스탄과 협력해온 지질연은 지난해 6월 이 지역 '리튬-세슘-탄탈륨 페그마타이트(마그마가 식으면서 생긴 화성암)'에 대한 공동 지질조사를 실시했다. 3차원 정밀지형 자료와 지질단면도 39개를 이용해 바케노 광상 일대의 3차원 기본 지질모형을 구축했고, 주요 광상과 페그마타이트를 표시해 어떤 광체가, 얼마나 묻혀있는지 산출했다(관련기사 ☞ 카자흐스탄 리튬 광산, 한국이 손 댈 수 있을까.... 지질연 "협상 추진 중").
지질연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리튬이 2만5,000톤가량 부존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전기차 1대 배터리에 평균 7.5㎏의 리튬이 사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약 330만 대 분량에 달한다. 현대기아차에서 전기차를 연간 35만 대 생산하니, 10년간 쓸 양이라고 볼 수 있다. 지질연 관계자는 "(최근 관심이 집중된) 동해의 경우 심해에 석유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된 상태가 아니지만, 바케노는 이미 500곳 넘게 시추가 이뤄졌다"며 "지금 추산보다 실제로 더 많은 양이 묻혀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지질연은 하층토 사용권을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이양받기 위해 현지 지질연 연구분원 설립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자원량 확인을 위한 시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올해 하반기에는 지질광상조사, 3차원 광체·지질 모델링을 위해 추가 정밀탐사를 실시한다. 실제 시추를 통해 경제성이 확인되면 민간 기업과 탐사, 개발, 선광·제련, 소재화에 이르는 협력을 추진해 리튬 현지 생산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카자흐스탄 리튬 개발은 10년 치 국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배터리 재료 수급은 물론, 핵심광물 공급망의 새로운 활로가 열리는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사슬 구축을 위한 중요한 기회"라며 "지질연의 우수한 선광·제련 기술을 전수하며 카자흐스탄의 기술자립을 지원해 핵심광물 공급망의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바케노 지역 이외에 서남부 아랄해 리튬 광산 매장량 조사에도 지질연의 기술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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