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라일리 내면 지배하는 '분노'
평정 되찾게 하려는 '기쁨' 등 모험 담아
9년 전 전편 못지않게 유익하고 재미
국내 극장에서 497만 명이 봤다. 전 세계 흥행 수익은 8억5,000만 달러(약 1조1,700억 원)였다. ‘인사이드 아웃’(2015)은 인간의 감정을 의인화해 공감과 갈채를 이끌어냈다. ‘기쁨(Joy)’과 ‘슬픔(Sadness)’, ‘버럭(Anger)’, ‘까칠’(Disgust), ‘소심(Fear)’이 다투고 협력하며 열한 살 소녀 라일리의 방황을 잠재우는 과정은 인간과 인간의 사연을 다룬 어느 드라마보다 극적이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 스튜디오 작품답다는 평이 따랐다.
상급학교 진학 앞두고 온 사춘기
9년이 지났다. ‘인사이드 아웃2’가 12일 개봉했다. 라일리는 열세 살이 됐다. 아버지 이직으로 고향인 미국 미네소타주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라일리는 대도시 생활에 온전히 적응했다. 라일리는 상급학교 입학을 앞두고 설렌다. 입학 전 아이스하키팀 캠프에서 동경하는 선배 선수 밸을 만날 수 있고,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캠프 입소를 앞두고 어느 날 밤 라일리 머릿속 ‘감정 조절 본부’에는 비상벨이 울린다. ‘사춘기’를 알리는 소리다.
기쁨과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은 그동안 라일리를 잘 돌봐 왔다고 자부하는데, 변혁의 시기를 맞는다. 하루 사이 티셔츠가 작아질 정도로 몸이 급성장하는 만큼 라일리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새로운 감정들이 ‘출근’해 감정 조절 본부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불안(Anxiety)’과 ‘당황(Embarrassment)’, ‘부럽(Envy)’, ‘따분(Ennui)’이다. 불안은 본부를 휘저으며 새 대장 노릇을 한다. 기쁨을 중심으로 라일리의 마음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꾸며왔던 감정들은 불안에 밀려 본부에서 쫓겨나게 된다. 라일리에게 통제하기 힘든 질풍노도의 시기가 온 것. 기쁨과 슬픔 등이 라일리의 마음에 평정이 깃들도록 하기 위해 본부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겪는 모험이 96분을 관통한다.
영화는 전편 못지않게 재치 있고 유익하며 재미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은 ‘인사이드 아웃2’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불안이 사춘기 라일리의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건 일리가 있다. 라일리는 이제 아이스하키를 놀이가 아니라 스포츠로 해야 하고, 어렵게 사귄 친구들과 고교 입학과 더불어 이별해야 한다. 그동안 잘 다져졌던 삶에 대한 신념은 흔들리고, 신념을 바탕으로 형성된 자아는 붕괴 위기에 몰린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게 된 거다.
라일리 몰아세우는 불안, 꼭 부정적일까
10대 초반 대부분이 그렇듯 매사 낙관적이었던 라일리는 불안에 휩싸이며 모든 상황에 대비하려 한다. 선배 밸에게 잘 보이고 싶고, 아이스하키팀 감독 눈에 들고 싶다. 적당한 불안은 건강한 긴장으로 작용해 인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나 사춘기 문턱에 들어선 라일리는 통제 불능이다. 영화는 라일리 내면에 휘몰아치는 사나운 바람과 거친 파도를 시각화하며 보는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불안 일행이 라일리를 돕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면 전구로 이뤄진 ‘아이디어 폭풍(Brainstorming)’이 기쁨과 분노 등에게 몰아치는 식이다.
빙봉처럼 신스틸러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며 예기치 않은 웃음을 안긴다. 30년 뒤에나 라일리에게 나타나야 할 감정 ‘향수(Nostalgia)’가 가끔 눈치 없이 등장했다가 구박받는 모습 등 잔재미가 여럿 있다.
‘몬스터 대학교’(2013)와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2020) 등에서 스토리 슈퍼바이저로 일했던 켈시 만의 장편애니메이션 연출 데뷔작이다.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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