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침 사망사고에 따른 손해배상금이
개인파산 면책 대상 해당하는지 여부
운전 중 중앙선을 넘어가 사망사고를 냈더라도, 전후의 다양한 사정을 살피지 않고 무조건 '중대한 과실'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재단법인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17일 사건을 서울 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97년 1월 서울 종로구의 한 고가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상대 차량에 탄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숨지고 두 사람이 중상을 입었다. 보험사는 피해자 측에 4,500여만 원을 지급했다. 이어 운전자 A씨에게 소송을 걸어 "피해자에게 보상해준 4,500여만 원을 돌려받으라"는 취지의 판결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A씨는 돈을 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2015년 A씨의 파산·면책 신청을 받아들였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2020년 2월 보험사 대신 A씨에게 4,500여만 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A씨는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면책된 채권 목록에 보험사 채권도 포함됐다"며 맞섰다. 진흥원 측은 해당 법은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에 해당할 경우 면책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중앙선을 넘은 A씨의 경우 비면책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하급심은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저지른 사고를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는 1차로를 주행하던 도중 차로에 다른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발견하고 충돌을 피하려다가 중앙선을 침범했다"며 "다른 사고를 피하려다가 중앙선을 침범했고,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해 주행하지 않은 사정도 있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1명 사망·2명 중상)를 두고는 "A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직접 기준이 될 수 없다"며 기각했다.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한 사고가 발생한 경위, 주의의무 위반 원인과 내용 등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비면책 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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