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롯데콘서트홀서
국내 전국 리사이틀 첫 무대
단 한 순간도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연주회 관람 경험이 풍부한 음악 애호가들조차 난생처음 들어 보는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라는 반응이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찾아낸 음표 너머 이야기에 청중은 이번에도 설득되고 감화됐다.
임윤찬이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1년 6개월 만의 전국 독주회 일정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연주곡은 멘델스존의 무언가 2곡(Op.19-1, Op.85-4)과 차이콥스키가 러시아의 계절적 변화와 풍경을 표현한 '사계' 12곡,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이었다. 당초 계획했던 쇼팽 에튀드에서 불과 한 달 반 전에 변경된 프로그램이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2부의 '전람회의 그림'이었다. 임윤찬의 천재성을 세상에 알린 2022년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준결선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연주를 떠올리게 하는 폭발적 연주였다.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륵스키가 친구인 러시아의 화가 빅토르 하르트만의 유작 10개를 음악으로 옮긴 작품. 그림을 묘사한 곡 사이사이에 서주와 간주 성격을 지닌 산책이라는 의미의 '프롬나드'를 배치해 전시회장에 들어선 느낌을 전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첫 음이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연습이 아니다"라고 했던 임윤찬은 개성이 뚜렷한 템포와 강약 조절로 청중의 심장을 강타했다. 러시아 전설 속 마녀 '바바 야가'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을 묘사한 10곡과 마지막 '키이우의 대문'에서는 록 콘서트인가 싶을 정도로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바바 야가의 변덕은 건반 위를 훑는 글리산도로 강렬하게 표현했다. 라벨 편곡 관현악 편성 버전의 '전람회의 그림'이 우렁찬 팀파니로 끝나듯, 페달을 밟지 않은 왼발을 쿵쿵 구르며 연주를 마쳤다.
글리산도로 표현한 '바바 야가'의 변덕
1부는 평온한 멜로디로도 임윤찬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음을 충분히 증명해 낸 시간이었다. 멘델스존의 무언가 2곡과 차이콥스키의 사계를 쉼 없이 한 작품처럼 연주한 독특한 구성이었다. 12개월의 '사계'가 아닌 마치 14개월인 것처럼 연주하고 싶어 했다는 후문이다.
임윤찬이 커튼콜 때 수줍어하는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첫 번째 앙코르 차이콥스키 모멘트 리리크(Moment lyrique) 연주 후에도 환호가 계속되자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피아노 앞에 다시 앉았다. 리스트의 '사랑의 꿈'이 끝나고도 멈추지 않던 박수는 무대로 통하는 문이 완전히 닫힌 뒤에야 잦아들었다.
임윤찬의 전국 투어 연주는 9일 충남 천안예술의전당, 12일 대구콘서트하우스, 15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17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19일 광주예술의전당을 거쳐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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