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측 방에 유리로만 여성들 모습 보여
"카페가 여성을 '상품화'하고 있다" 비판
비판 커지자 공안·시당국 매장 점검 나서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데이트 카페'가 틱톡에 올린 홍보 영상 일부. 남성 고객은 거울을 통해 맞은편 여성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난단신문 캡처
베트남에서 남녀 간 만남을 주선하는 카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온 남성이 ‘비밀 거울’을 통해 여성을 관찰한 뒤 선택하는 과정 때문이다. 여성을 상품화하는 부적절한 운영 방식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자칫 성매매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자 현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남성의 여성 선택 방식 논란
4일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난단신문 등에 따르면, 최근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난달 호찌민에 문을 연 데이트 카페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논란의 카페는 소개팅과 커피숍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된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남녀가 만나는 방식이다.
카페 방문 고객은 성별에 따라 각기 다른 방으로 이동한다. 남성 방과 여성 방은 특수 유리로 분리돼 있다. 남성 공간에서는 유리를 통해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반대쪽에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보일 뿐 상대를 확인할 수 없다.
카페를 찾은 여성들이 여성용 공간에서 개인 시간을 보내면, 반대쪽에서 지켜보던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선택’하는 구조다. 지명된 여성이 남성이 사전 작성한 이름과 나이, 국적, 직업 등 정보를 확인하고 만남을 수락하면, 약 5분가량의 대화 시간이 주어진다. 이후 양측은 더 만남을 이어갈지 여부를 결정한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데이트 카페에서 여성들이 앉아있는 모습(왼쪽 사진)과 이를 바라보는 남성 모습. SNS 캡처
이를 위해 남성은 시간당 18만 동(약 9,700원)의 서비스 비용과 음룟값 등을 지불해야 한다. 여성은 무료다. 카페 측은 여성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공짜 음료 제공’ ‘외국인과의 소통 기회’ ‘남자친구를 만날 기회’ 등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 지역 공산당 기관지 SGGP는 “남성 고객 대부분은 중국, 한국, 일본인이고 여성은 베트남 소녀”라고 설명했다.
"데이트 카페 위장한 성매매 중개" 의혹도
현지에선 여성을 마치 쇼윈도에 전시된 물건처럼 고르는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호찌민에 거주하는 작가 응우옌꾸이누는 현지 일간 라오동에 “카페가 여성을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SNS에는 “가게의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블라인드 데이트’가 아닌 소름 돋는 범죄”라거나 “한국의 버닝썬 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글도 잇따른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데이트 카페'에서 남성이 자신이 선택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난단신문 캡처
카페 운영 방식이 자칫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베트남 국영방송 VTC는 “여성 고객 좌석이 남성보다 높게 설계돼, 짧은 치마나 반바지 등을 입을 경우 (맞은편 남성에게) 몰래 촬영당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난단신문은 “데이트 카페로 위장한 성매매 중개 행위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도 전했다.
카페 측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공간일 뿐, 불건전한 만남을 주선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비판 목소리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당국도 팔을 걷어붙였다. 카페가 위치한 호찌민시 벤탄구 공안은 2일 매장 단속에 나섰다. 현재까지 성매매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공안의 설명이다. 같은 날 지역 인민위원회도 식품위생안전 위반 가능성 등에 대한 행정 점검을 실시했다. 현재 해당 업체는 홍보 채널로 사용했던 SNS 페이지를 모두 폐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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