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SMR 2030년대 운전 목표
시장 주도권 확보해야 한다지만
실증 부지 둘러싸고 갈등 불 보듯
첫 국산 SMR도 여태 진전 없어
정부가 소형모듈원자로(SMR) 표준설계를 2025년까지 마치고, 2030년대 상업운전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SMR 역시 원자력발전인 만큼 실증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여전히 적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4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8회 심의회의에서 '차세대 원자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방안'이 심의·의결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MR 등 차세대 원전은 대형 원전에 비해 투자 비용이 적고, 유연성과 안전성이 높아 세계적으로도 80여 종 이상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2030년대 초 본격 열릴 차세대 원자로 시장 대응을 위해 기술과 시장 주도권을 빨리 확보할 수 있게끔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주도로 실증, 정부는 정책 뒷받침"
추진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단기적으로 혁신형 SMR(i-SMR) 표준설계를 2025년까지 마치고,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다. 4,000억 원 규모의 i-SMR 실증지원사업을 통해 2030년대에 국내에서 초도호기 상업운전을 개시한다는 목표다. 지난달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실무안에도 SMR 발전량이 처음 포함됐다.
중·장기적으로는 민관이 협동해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지 않는 비경수형 원전 개발에 집중한다. 올 하반기 기술개발 목표와 실증 일정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 프로그램'(K-ARDP)을 추진한다. 추산된 예산 규모만 2조4,810억 원에 달한다. 과기정통부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국도 기업이 중점적으로 실증·상용화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원전은 대다수가 물을 냉각재로 쓰는 경수형 대형 원전(3세대)인데, 차세대 원전은 이를 소형·모듈화한 'SMR'과 냉각재를 헬륨·액체소듐·용융염 등으로 바꾼 비경수형 '4세대 SMR'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다. 기존 원전에 비해 안전하다고 알려진 SMR은 크기가 작아 수요지 인근에 지어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4세대 SMR은 공정열·수소생산 등 다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4세대 SMR 중 우선 고온가스로·소듐냉각고속로처럼 어느 정도 기술 수준이 확보된 노형들의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실증·상용화 가능성을 평가해 1개 노형의 실증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기술 개발과 동시에 안전규제 체계도 구축한다. 규제 방안이 있어야 실증이 가능하다. i-SMR의 경우 이날 출범한 'SMR 규제연구 추진단'이 표준설계인가 신청 전 규제안을 마련하고, 비경수형은 2030년대 초까지 규제 기반을 단계적으로 만들 계획이다.
실현 가능성 여전히 '미지수'
관건은 수용성이다. 기존 원전에 비해 안전하다고 하지만, 개발이 한창인 신기술이다 보니 전례가 없어 추후 실증 부지를 정할 때 진통이 생길 게 불 보듯 뻔하다. 또 일부 노형은 사용후핵연료(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나 사고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금의 원자로는 30~40년간 검증됐지만, 검증 안 된 원자로를 짓겠다고 하면 국면이 바뀔 수 있다"며 "치밀하게 주민을 설득하고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도 i-SMR은 국내 건설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4세대 SMR은 국외까지 실증 무대를 열어놓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4세대 원전은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다목적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용성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감안해 실증 노형을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외 실증도 만만치 않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2년 이미 일체형 소형 원자로 'SMART'를 개발해 캐나다 진출을 추진해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원자력계 일각에서는 SMR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SMR을 여러 개 설치해야 하는데, 그러면 대형 원전과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관리만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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