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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석유 가스 탐사, 섣부른 기대 부풀려선 곤란

입력
2024.06.04 00: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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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국정브리핑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같이 밝힌 뒤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분석에서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 매장 확률이 20%라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 검증도 거쳤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매년 1,000억 달러 안팎의 원유와 수백억 달러의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산유국 대열에 올라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면 감격스럽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면 경제적 가치는 물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국운까지 바꿀 수 있는 국가적 경사다.

그러나 자원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채산성이다. 채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입하는 것보다 더 높으면 사업의 실익이 없다. 실제로 1998년 울산 남동쪽에서 동해 가스전을 발견, 2004년부터 2조6,000억 원어치의 가스와 초경질유를 생산했지만 결국 사업성이 떨어져 2021년 멈춘 바 있다. 이번엔 당시보다 더 깊은 심해 광구여서 생산비는 더 들 수도 있다.

석유 가스 개발은 물리탐사, 탐사시추, 평가시추, 생산시추의 단계를 거친다. 물리탐사는 물속에서 탄성파를 쏴 해저로 갔다 되돌아온 파동을 분석, 매장량을 추정하는 작업이다. 이제 겨우 첫 단계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나왔을 뿐이다. 1공당 1,000억 원이 드는 탐사시추와 경제성을 따져보는 평가시추를 거쳐 본격적인 생산까지 가려면 10년도 더 걸린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의 매장 가치’를 논하긴 이르다. 자원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와 도전은 계속 돼야 하나 섣부른 기대는 더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희일비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국내 및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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