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밤 낙서 뒤 비행기 탑승
'인민은 단결하자' 적은 종이도 발견
일본 우익의 상징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화장실'이라는 낙서를 남긴 중국인 추정 용의자가 이미 중국으로 떠났다고 3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용의자는 야스쿠니신사 입구 돌기둥 낙서는 물론 신사 내부에 자신의 주장이 담긴 종이도 남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일본 FNN과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쯤 신사 입구 돌기둥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단어 'Toilet'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 경찰은 이 용의자를 기물 손괴 등의 혐의로 추적 중이다. 하지만 용의자는 범행 후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용의자는) 지난 1일에 출국했고, 중국 상하이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낙서는 범행 하루 뒤인 1일 오전 5시 50분쯤 신사를 지나가던 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됐다. 추가 조사 결과 낙서 외에도 신사 안에 있는 고마이누(신사를 지키는 상상 속 동물) 조각상에 중국어가 적힌 종이 2장이 붙어 있었다. 한 장에는 '세계 인민은 단결하자', 다른 한 장에는 '하지만 너희들은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일본 경찰 "용의자 적어도 2명"
낙서가 발견된 날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샤오훙수'에는 한 남성이 야스쿠니신사 돌기둥에 낙서하고 소변을 보는 듯한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남성은 동영상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명 '처리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때 일본 엑스(X)에서는 '중국인 남성'이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에 오르며 해당 남성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영상이 빠르게 확산됐다.
일본 경찰은 이 남성을 낙서 용의자로 보고 있으며, 범행에는 출국한 용의자를 포함해 적어도 두 명이 가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시설로, 합사자 중 90%가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 결과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특히 일본 자민당 정치인과 자위대 군인 등이 공물 봉납과 참배를 하면서 한국과 중국에서 비판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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