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 연설
이달 15, 16일 우크라 평화회의 참석 호소
중국 국방장관은 젤렌스키 연설 현장 '불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포르를 깜짝 방문해 이달 중순 예정된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참석을 호소했다. 외교적 해결만이 러시아의 만행을 멈출 수 있다며 회의 불참을 통보한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외교만이 전쟁 종식”
싱가포르 공영 CNA방송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 연사로 나서 “오직 끈질긴 외교만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달 15, 16일 스위스 중부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는 세계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를 협의하는 자리다. 총 150개국과 국제기구에 초청장을 보냈고 현재까지 106곳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 설명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아이들은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땅에서 자라고 조국을 미워하도록 교육받고 있다”며 “각국이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는 것 외에 푸틴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직 참석을 확정하지 않은 일부 세계 지도자에게 실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공개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한다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의 제재를 피해 러시아와 군사·경제적으로 밀착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다. 아시아권에서 영향력이 큰 중국의 불참 결정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지역 핵심 회의에 나타나 압박을 가한 셈이다.
그는 연설 후 기자회견에서는 “중국이 다른 국가에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중국 같은 독립적인 강대국이 푸틴의 도구라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연설 전 회의장 떠난 중국 장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중국 압박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AP통신은 “젤렌스키 연설 전 둥쥔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회의장을 떠났다”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맨 앞줄에서 그의 말을 경청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전했다.
대신 둥 부장은 자국 기자들과 별도로 만나 “중국은 책임 있는 태도로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촉진해 왔다”며 “우리는 (전쟁을) 부채질하기 위한 어떤 것도 하지 않았고, 전쟁 당사자 어느 쪽에도 무기를 공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는 아시아 안보회의 참여국이 아닌 데다, 회의를 주관하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도 그의 방문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1일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싱가포르 도착 소식을 알리면서 참석 사실이 드러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로렌스 웡 싱가포르 신임 총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자, 오스틴 미 국방장관 등과 별도로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아시아 안보회의 주요 참여국 중 하나였던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회의에 줄곧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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