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이 이별을 요구한 여성과 그 여성의 딸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6일 의대생의 교제 살인 범죄가 발생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발생한 비극이다. 특히 고령화 추세 속에서 교제 폭력이 연령을 가리지 않고 일반화한 범죄라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서 60대 여성과 3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여성과 교제해온 60대 남성 박모씨가 이별을 통보받은 뒤,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도주 13시간 만에 체포됐다.
교제 폭력은 20·30대 젊은 층 일부의 범죄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분석을 보면, 2022년 9월 기준 교제 폭력 피의자 연령은 40~60대가 34.2%(40대 17.9%, 50대 12.2%, 60대 4.1%)에 이르렀다. 가장 비율이 높은 20대(36.8%)에 맞먹고, 30대 25.6%보다 훨씬 높다. 교제 폭력 검거 피의자는 지난해 1만3,939명에 이르러 2020년보다 55.7% 급증했는데, 더 이상 나이를 가리는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데도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데이트(교제)폭력특례법이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등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연인이나 헤어진 연인이라는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폭행·협박 사범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를 두려워해서 처벌불원의사를 밝히면 처벌받지 않는다. 올해 1~4월 검거된 교제 폭력 피의자 4,395명 중 구속된 비율은 1.87%에 불과하다고 한다. 교제 폭력 사범에게는 일반 폭력 혐의에 적용되는 반의사불벌 원칙을 없애고, 스토킹 범죄처럼 긴급응급조치 등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22대 국회는 교제 폭력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관련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또 교제 폭력은 상대를 독립된 인간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소유로 여기는 잘못된 가치관에서 출발하는 만큼, 정부나 공공기관, 지자체가 교육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을 운영하는 등 예방에 중점을 두는 방안도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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