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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설 때 갑자기 눈앞이 ‘핑’…기립성 저혈압, 혈액 부족 탓일까?

입력
2024.06.02 08:30
수정
2024.06.02 14: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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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최고 혈압 20 이상·최저 혈압 10 이상 떨어질 때 진단

기립성 저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2018년 2만840명에서 2022년 2만4,661명으로 최근 5년 새 18.3% 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립성 저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2018년 2만840명에서 2022년 2만4,661명으로 최근 5년 새 18.3% 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A(48·여)씨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어지럽고, 식욕도 별로 없고 속이 메스꺼워진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움직일 때도 한 번씩 눈앞이 흐릿해지는 현기증이 나타났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니 ‘기립성 저혈압’이었다.

기립성 저혈압이란 누운 자세에서 혈압을 측정한 다음 일어나서 적어도 3분 이내에 혈압을 측정했을 때 수축기(최고) 혈압이 20㎜Hg 이상 혹은 이완기(최저) 혈압이 10㎜Hg 이상 떨어질 때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기립성 저혈압 환자가 2018년 2만840명에서 2022년 2만4,661명으로 최근 5년 새 18.3% 정도 늘었다. 저혈압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여름철(6~8월)이 겨울철(12~2월)보다 2배가량 많을 정도로 기온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하지만 저혈압을 크게 걱정하지 않거나, 빈혈처럼 피가 모자라 생긴다고 여기는 등 잘못된 인식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박상현 대전을지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저혈압은 심장 기능 이상 등으로 혈관 내 압력이 낮아져 발생하는 것으로 심혈관계와 관련 있는 반면, 빈혈은 혈액 속 산소를 운반해 주는 헤모글로빈이 부족해 생기는 혈액계 질환이므로 두 질환은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증상은 다양하다. 눈앞이 하얘지며 중심을 잃을 때가 흔하고, 현기증·무기력·전신 쇠약감·구역질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심한 어지러움이 나타날 때가 많다.

저혈압은 대개 키가 작고 마른 사람, 특히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간혹 자율신경계 이상이 있는 중년 비만 여성에게도 많이 발견된다.

기립성 저혈압은 치료약이 없다.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거나 건강을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기립성 저혈압 원인 질환으로는 뇌 질환·당뇨병성 말초 신경장애 등이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약물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약이 기립성 저혈압과 관련 있다.

고혈압 약으로 처방되는 이뇨제, 알레르기 약으로 흔히 쓰이는 항히스타민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항정신병 약물 등이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키는 주요 약물이다. 기립성 저혈압이 갑자기 생겼다면 최근 먹기 시작한 약이 있는지, 장기 복용하는 약물이 있는지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형준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은 평소 이뇨제나 혈관확장제, 안정제 등을 오래 복용하거나, 당뇨병·파킨슨병 같은 신경병증, 저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더 쉽게 발생한다”고 했다. 특히 60대 이상 만성 고혈압 환자는 약 복용으로 인해 심장 기능이 떨어져 기립성 저혈압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

전립선비대증 약을 먹는 사람도 저혈압 고위험군이다. 전립선비대증 약에 ‘알파차단제’라는 고혈압 약 성분이 포함돼 있어 전립선 근육뿐만 아니라 혈관까지 이완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별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앉았다 일어나기, 누웠다 일어나기 등 체위를 바꿀 때 주로 발생하므로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로 미네랄·비타민 등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 혈액 생성과 순환을 돕도록 한다. 김민석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좋은 식습관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저혈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루 2~2.5L 물을 마시고 염분도 적당히 섭취해야 한다. 다만 술은 혈관을 넓히고 혈압을 떨어뜨려 기립성 저혈압이 악화될 수도 있기에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박상현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아침에 특히 심하다면 베개 등을 조절해 머리를 15~20도 이상 높이는 게 좋다”며 “장시간 서서 지내야 한다면 수시로 스트레칭하고 다리 정맥혈이 정체되지 않도록 압박 스타킹 등을 신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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