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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외 소포체’, 건강한 노화 여는 돌파구 될까?

입력
2024.06.03 22: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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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생로병사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자연스러운 길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병장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항노화(antiaging)’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를 실현하려는 연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서서히 열매를 맺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stem cell)와 이곳에서 유래한 ‘세포 외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엑소좀)’ 연구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줄기세포가 죽어가는 세포를 대체해 조직을 재생(regeneration)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줄기세포를 몸에 투여하면 손상된 세포나 없어진 조직이 ‘거듭나는(再生)’ 마법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몸의 면역 반응 등으로 투여된 줄기세포가 몸속에 오래 머물지 못해(동물은 2주 정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줄기세포 효과는 장기적이라는 게 입증돼 매력적이다. 줄기세포가 비록 손상된 조직을 재생·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세포 외 소포체’가 노화를 늦추는 큰 역할을 한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세포 외 소포체가 가장 ‘핫한’ 연구 분야가 된 이유다. 세포 외 소포체를 연구하는 알토스랩(Altos Lab)사에 30억 달러가 투자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세포 외 소포체는 단백질·펩타이드·핵산 등 다양한 물질을 포함한 50~15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아주 미세한 입자로, 세포 간 신호 전달을 맡고 있다. 세포 외 소포체가 몸속에 있는 줄기세포를 활성화해 치매·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신경 질환과 피부 노화 등을 예방하고 회복을 촉진한다는 게 동물 실험에서 확인됐다.

임상 실험에서 늙은 쥐에게 세포 외 소포체를 주입해 보니 피부 주름이 줄어들고 탄력성이 좋아졌다. 또한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에 걸리게 한 실험 쥐에게 세포 외 소포체를 투입한 결과, 뇌신경 염증은 감소하고 기억력·인지 능력은 크게 향상됐다.

특히 세포 외 소포체가 노화돼 척박해진 머리카락 세포 환경을 개선해 성장을 촉진하고 흰머리를 검은 머리로 되돌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성형외과 의사 고든 사사키는 20명의 안드로겐성 탈모 환자에게 12주간 세포 외 소포 치료를 시행하니 머리카락 밀도와 굵기가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연구 성과 등에 힘입어 노화 예방과 퇴행성 질환 치료에 각국이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일본은 지난 2014년 재생의료법을 만들어 줄기세포·세포 외 소포체를 이용한 치료법을 임상에 적용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규제의 벽이 높아 연구가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뒤늦게 2019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통과했지만 여전히 엄격한 규제의 틀에 묶여 신약 개발과 임상 적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부 환자들은 줄기세포나 세포 외 소포체 치료를 받으려고 일본으로 떠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행히 규제 문턱을 낮춰 빠르게 성과를 내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초 국회가 재생의료법을 개정해 혁신적인 치료법 개발과 상용화 촉진에 팔을 걷어붙였다.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이라는 옛말이 생각난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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