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최준용과 10만 표 차 이상
베스트12 선발 때 두산 고졸 신인 최초
"씩씩하고, 삼진 잡는 모습 좋게 봐준 듯"
두산의 ‘슈퍼 루키’ 김택연(19)이 특급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제 프로에 데뷔한 지 2달 정도밖에 안 됐지만 인기의 척도를 가늠하는 프로야구 올스타 팬 투표에서 중간투수 부문 압도적인 1위다. 드림올스타 중간 집계 결과(31일 오후 3시 기준) 20만12표로, 2위 롯데 최준용(9만5,756표)과 10만 표 이상 차이 난다.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택연은 “올스타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 했는데 1등까지 만들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신인이지만 씩씩하게 던지고, 중요한 순간 삼진을 많이 잡는 모습을 좋게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팬 투표는 6월 12일까지 이어지는데, 김택연이 선수 투표와 합쳐서 최종 베스트12에 선발되면 두산 구단 최초의 고졸 루키 올스타 영예를 안는다. 프로야구 전체적으로는 2009년 KIA 안치홍, 2017년 넥센 이정후, 2019년 LG 정우영, 2023년 롯데 김민석에 이어 다섯 번째다. 김택연은 “영광스러운 기록인 만큼 욕심이 난다”며 “아직 투표 기간이 남아 있으니까 안 다치고 계속 잘해야 한다. 좋은 성적을 거둬야 올스타전에 나갈 자격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성은 일찌감치 확인됐다.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은 데뷔 전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24시즌 개막 직전인 3월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와 평가전에서 홈런왕 출신 야마카와 호타카를 범타 처리하는 등 1.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또 메이저리그 서울 시리즈에서 LA 다저스 강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우트먼을 연달아 직구로 삼진 처리했다. 당시 아우트먼은 “김택연의 구위가 엄청나다”며 놀랐고,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가장 인상적인 투수로 꼽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기 전부터 기대가 컸던 탓일까. 김택연은 공식 1군 데뷔전이었던 3월 23일 NC와 시즌 개막전에서 1이닝 동안 안타 2개와 4사구 3개를 내주고 2실점했다. 이후 두 차례 등판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여 3월 30일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김택연은 “다저스와 상대할 때는 홈런을 맞아도 본전이고,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던졌다”면서 “그런데 시즌은 상황 자체가 달랐다. 개막전이 팀과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많이 긴장했고, 여유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일찍 맞은 매는 오히려 약이 됐다. 열흘간 2군에서 차분하게 재정비를 하고 4월 9일 다시 1군에 합류했다. 이후 4월 한 달 동안 8경기에 나가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찍었다. 5월 들어서도 위기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1승 2홀드 1세이브를 추가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위기 때 가장 생각나는 투수가 김택연”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김택연은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에 나 자신한테 화가 좀 많이 났다”며 “2군에서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신인답게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패기 있게 던지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후 1군에 올라온 다음 첫 두 경기를 잘 던지다 보니까 자신감이 붙었고, 나만의 투구 리듬도 찾을 수 있게 됐다. 리듬을 찾으니 여유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택연의 가장 큰 무기는 묵직한 직구다. 시속 150㎞ 초반대 빠른 공으로 탈삼진을 잡는 능력이 탁월하다. 25.1이닝을 던지는 동안 잡아낸 삼진만 30개다. 김택연은 “위기 때 내가 던질 수 있는 최고 무기는 역시 직구”라고 자신하면서도 “지금보다 직구가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변화구 구위와 컨트롤에 신경 쓰고 있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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