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독미나리' 선정
소크라테스 독배에 든 독초로도 유명
과거 급제를 위해 강원 정선 노추산에서 학문을 닦던 율곡 이이(1536~1584)는 초봄에 피는 독미나리 나물을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다. 그러나 2024년 현재 독미나리 나물을 채취하면 최대 3,000만 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독미나리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6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독미나리’를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정책을 알리고 복원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자 지난 4월부터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선정하고 있다.
독미나리는 이름처럼 뿌리와 줄기에 시쿠톡신이라는 신경계 독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형 선고를 받고 마신 독배에 든 햄록(hemlock)이 바로 독미나리에서 추출한 독이다. 조선시대에는 동초, 독근근으로 불리며 한약재로도 사용됐다. 단, 어린 순은 독성이 없어 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율곡이 대관령에서 독미나리를 가져와 노추산에 심고 ‘동초밭’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독미나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중북부, 아시아 북부, 북미 북서부 등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대관령 일대에 한정적으로 분포해왔지만, 한동안 자생지가 관찰되지 않아 200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다. 수생식물인 독미나리는 습지, 하천, 저수지 주변에 서식하면서 수질 정화 작용도 하는데, 습지 개발과 도로 건설 등으로 서식지 환경이 훼손된 탓이다.
다행히 2006년 9월 국립환경과학원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전국분포조사’를 수행하던 중 지방도로 확·포장 구간으로 편입된 강원 농경지에서 독미나리 자생지를 발견했다. 토지 소유주와 강원도, 원주지방환경청은 독미나리 자생지 보호를 위해 공사가 진행 중인 도로 노선을 변경했다. 이듬해 5월엔 이 지역과 ‘독미나리 자생지 보호협약’을 체결해 보호하고 있다.
독미나리는 여전히 멸종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독미나리를 허가 없이 채취하거나 꺾을 경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3,000만 원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보전 노력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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