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봉한 영화 '설계자' 주연
사고사 조작하는 청부살인 설계자 역할
"삭막한 장르적 캐릭터 연기하고 싶었죠"
최근 10년간 주연을 맡아 개봉한 영화 12편. “무엇이든 하나 시작하면 끝장 보는 스타일”이라는 22년 차 연기 경력의 부지런한 배우 강동원의 성적이다. 형사, 신학생, 사기꾼, 택배기사, 좀비와 싸우는 전직 군인, 아동 인신매매에 얽히는 보육원 출신 청년 등 변신을 거듭해온 그가 새로 택한 역할은 사고사를 조작하는 청부살인 설계자다. 29일 개봉한 영화 ‘설계자’에서다.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삭막한 캐릭터, 장르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던 차에 만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를 설계해 청부살인을 한다는 소재가 신선했다”면서 “주인공 영일이 아무도 못 믿게 되면서 점점 조금씩 미쳐가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감정 변화가 좋았다”고 했다.
결핍 없는 강동원, 결핍 많은 '영일'에 끌렸다
영일은 그리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다. “소시오패스 기질이 있다”는 강동원의 설명처럼 옅은 미소라도 짓는 일이 거의 없고 매번 어둡고 차가우며 심각한 모습뿐이다. 보안업체로 위장한 회사를 이끌며 드라마 각본 쓰듯 사고사를 위장해 청부살인을 하던 영일은 검찰총장 후보자의 딸로부터 아버지를 살해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뒤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홍콩 영화 ‘액시던트’(2009)를 각색한 '설계자'는 ‘범죄의 여왕’(2016)으로 데뷔한 이요섭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도 영일만큼이나 어둡다. 인물들의 배경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고, 캐릭터들이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하나둘 죽어가는데 범인이 누구인지 확실히 드러나는 것도 아니어서 영화를 보고 나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될지 모른다. 강동원은 영화가 알려주지 않은 것들을 상상해 빈자리를 채워가며 영일을 연기했단다. “코미디 캐릭터나 망가지는 인물은 연기하기 쉬운데 대사도 많지 않고 표정 변화도 없는 영일 같은 캐릭터는 연기하기 힘들었다”는 게 그의 말.
강동원이 영일에게 끌린 건 자신과 많이 다른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결핍이 많은 영일과 달리 그는 30년지기 친구에게 “꼬인 데가 없고 결핍이 없는 애”라는 말을 들을 만큼 결핍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다. 일이 안 풀릴 땐 “그렇지, 안 되는 거지, 더 열심히 해볼까” 하고 생각한다는 여유롭고 유연하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동원적 사고’라 불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나리오 직접 쓴 판타지 액션영화 제작해요"
강동원은 분노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영일에게 더 끌렸다고 했다. “주변 배우들과 비교해 보면 전 희로애락 중에 ‘노(怒)’가 별로 없는 사람이었어요. 경험이 쌓이면서 화가 난다는 게 뭔지 알겠더군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은 게 바로 그 시점이었어요. 극 중 이미숙 선배가 연기한 재키와 대화하는 장면이 무척 좋았는데 거기서 그 분노가 보이더라고요.”
강동원은 영화 ‘브로커’(2022) 제작에 참여하는 등 활동 역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지현과 함께 출연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리즈 ‘북극성’(내년 공개 예정)에서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고, 직접 쓴 시나리오로 판타지 액션 영화를 제작해 내년에 촬영을 시작한다. “주연배우로서 흥행 타율은 나쁘지 않았어요. 1루타를 칠 때도 있고 가끔 홈런도 쳤고 못해도 번트는 대니까요. 좀 더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되려 ‘벌크업’ 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영화라는 장르도, 극장에 간다는 개념도 바뀌고 있어요. (영화 관계자들이) 모이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이야기하는데, 결국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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