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년여 만에 KT 수사 마무리
구현모 하도급법 위반 혐의는 기소
검찰이 KT그룹 '회사 고가 매입' 의혹에 연루된 윤경림 전 KT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됐던 구현모 전 대표는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이로써 KT를 겨눈 검찰 수사는 1년여 만에 일단락됐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용성진)는 KT그룹의 현대차 관계사 고가 매입 의혹을 수사한 뒤 윤경림 전 사장, 윤동식 전 KT클라우드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KT그룹 계열사인 KT클라우드는 2022년 9월 차량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스파크어소시에이츠(스파크·현 오픈클라우드랩)의 지분 100%를 206억8,000만 원에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스파크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동서 박모씨가 설립한 차량용 소프트웨어 업체다. 검찰은 매각대금이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수십억 원 높게 책정됐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런 비정상적 거래가 현대차에 대한 '보은' 성격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대차가 2019년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구 전 대표의 쌍둥이 형이 운영하던 회사를 인수했는데, 이에 대한 보답이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KT 본사 등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을 연이어 소환한 뒤, 스파크에 투자할 당시 그룹사 투자 의사결정을 지휘한 윤 전 사장(당시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의 최종 책임에 따라 고가 매입이 이뤄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구 전 대표를 위한 '보은성 매입'이라기보다는, 현대차 임원을 지내기도 했던 윤 전 사장의 개인적 이해 관계로 성사된 배임 행위로 본 것이다.
이와 함께 스파크 투자의 '가교' 역할을 한 현대오토에버 서정식 전 대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별도의 8억 원대 배임수재 혐의가 드러나 불구속 기소했다. 서 전 대표에게 금품을 건넨 업체 대표 등도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별도로 진행된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수사도 마무리됐다. KT는 구 전 대표 취임 직후 시설관리(FM) 업무를 계열사인 KT텔레캅을 통해 재하청하는 과정에서, 기존 4개 하청업체가 나눠갖던 일감을 KDFS 등에 몰아줬다. 검찰은 이런 의사결정에 구 전 대표의 지시 또는 관여가 있다고 의심하며 수사를 진행해 왔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신모 전 KT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이 KT텔레캅 임원에게 "KDFS에 시설관리(FM) 업무 물량을 몰아주라"고 말한 녹취파일도 확보했다.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가 구 전 대표 의중과 별개로 황욱정(구속기소) KDFS 대표의 청탁 등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판단, 신 전 부사장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황 대표에게 "KDFS의 건물관리 일감을 늘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법인카드와 공유오피스 등 금품을 제공받은 홍모 전 KT 상무보, 김모 KDFS 본부장 등은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구 전 대표가 하청업체 KS메이트 대표를 결정하는 등 사실상 계열사처럼 운영한 점은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해 이 혐의에 대해서만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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