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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닷바람으로 만든 '그린수소' 순풍… 문제는 생산단가 [수소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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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닷바람으로 만든 '그린수소' 순풍… 문제는 생산단가 [수소가 미래다]

입력
2024.06.01 04:30
수정
2024.06.01 09:4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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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제주 그린수소 실증단지 가보니
물 분해해 만든 그린수소로 버스 충전까지
경제성 확보 큰 산…"지속적 인센티브 필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행원풍력발전단지. 제주=나주예 기자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행원풍력발전단지. 제주=나주예 기자


4월 중순 제주시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동쪽 방향으로 약 30km를 달려 구좌읍 행원리에 들어서자 제주의 거센 바닷바람으로 힘차게 날개를 돌리고 있는 풍력발전기들이 위풍당당 서 있었다. 이곳 행원풍력발전단지는 1998년 8월 상업운전에 들어가 국내에서 처음 풍력발전 상업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역시 국내 최초로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청정수소인 그린수소(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만든 수소)를 만드는 '그린수소 생산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부가 24일 청정수소로 만든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인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을 세계 최초로 개설한 것처럼 청정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블루오션'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제주에너지공사는 한국가스공사, 두산에너빌리티 등과 함께 2020년 10월부터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생산기술을 활용한 수소(600㎏) 및 배터리(2MWh) 저장 시스템 기술 개발 및 실증'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그린수소를 국내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하기 위한 첫 시도로 국비 135억 원, 도비 14억5,000만 원, 민간자본 72억6,000만 원 등 총 222억 원이 들어갔다.

4,878㎡ 규모의 풍력발전단지에 들어서자 하늘색 두꺼운 시멘트벽으로 둘러싸인 생산설비와 수소 운송 수단인 주황색 튜브 트레일러 두 대가 보였다. 이곳에서 바람을 이용해 만든 전기는 인근 상수도에서 끌어온 물을 수소, 산소, 수분으로 분해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는 충전소로 옮기기 위해 고압으로 압축하는 과정을 거쳐 튜브 트레일러에 저장된 후 인근 함덕 그린수소충전소로 보내져 제주 시내를 오가는 수소버스를 충전하는 데 쓰인다. 여기 설치된 수전해(물을 전기분해해 고순도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설비는 총 3.3메가와트(MW) 규모로 하루 최대 약 1.4톤의 수소를 만들 수 있다. 2개 압축기 기준 하루 최대 생산량은 600㎏이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행원풍력발전단지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제주=나주예 기자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행원풍력발전단지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제주=나주예 기자


국내 첫 상업용 육상풍력발전단지로 그린수소 생산·저장 실증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행원풍력발전단지에 설치돼 있는 수소 운송용 튜브 트레일러. 제주=나주예 기자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행원풍력발전단지에 설치돼 있는 수소 운송용 튜브 트레일러. 제주=나주예 기자


원자력발전(원전), 태양광, 풍력 등 각종 발전원 중 수소는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되는 자원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마케츠는 세계 수소 생산 시장 규모가 2020년 1,296억 달러에서 연평균 9.2% 성장해 2025년에는 약 2,0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 강조되면서 다양한 수소 중에서도 청정수소에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화학적으로 변형해 만든 '그레이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온 탄소를 포집한 '블루수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된 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그린수소' 등으로 나뉘는데, 그린수소와 블루수소가 청정수소에 속한다. 글로벌 에너지 조사기관 S&P글로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60개 이상의 국가에서 4,000만 톤 이상의 청정수소가 만들어질 계획이다.

제주도가 그린수소 생산에 뛰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도내 환경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그린수소 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종종 전력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져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전기를 보낼 곳이 없어 풍력·태양광 발전기 가동을 중지하는 조치)이 일어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그린수소 생산에 활용해 국내 청정수소 발전의 생태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넘어야 할 산은 '경제성' 확보다. 생산 설비가 고가인 데다 생산 비용도 비싼 그린수소를 쓸 수요처가 많지 않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다. 그린수소 공급 단가는 kg당 약 2만8,000원 수준으로 일반 수소 충전요금(1만725원)과 비교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 강병찬 제주에너지공사 청정수소운영부장은 "그린수소를 상용화하려면 연비 등을 고려해 경유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게 지원이 필요하다"며 "수소 차량 운전자에게는 환경개선 보조금이나 인센티브를 꾸준히 제공하는 등 수요처 확보를 위한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행원풍력발전단지의 그린수소생산설비. 제주=나주예 기자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행원풍력발전단지의 그린수소생산설비. 제주=나주예 기자


그린수소 중심 수소경제 활성화는 '아직 먼 길'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정부도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수소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청정수소를 발전 연료로 활용해 만들어진 전기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을 열기로 하고 24일 발전 사업자들의 입찰을 받기 시작했다.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0.1㎏CO2e 이하'인 1등급 청정수소를 사용하는 사업자에게는 가점을 줘 입찰 가능성을 높여줬다. 입찰 공모는 11월 8일까지이며 심사를 통해 우선 낙찰자 발표 및 이의 신청을 받고 12월 말에 최종 낙찰자를 발표한다. 실제 발전은 사업 준비 기간 3년과 1년 유예 기간을 줘 늦어도 2028년에는 청정수소로 만든 전기가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에는 실제 입찰 시장에 참여할 만한 설비 용량의 그린수소 설비가 없어 대부분 블루수소로 만든 전기가 낙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막 태동하는 수소경제를 그린수소를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비용을 줄이고 기술 연구·개발(R&D)을 독려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에너지공사 관계자는 "기술 개발 투자와 함께 국내 생산 기지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그린수소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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