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시즌 맞은 대학가, 섭외 가수 라인업에 쏠린 관심
'축제 라인업=학교 경쟁력'으로 변질...가수 섭외에 지나친 예산 투입
과열된 섭외 전쟁에 쏠리는 우려, "축제 본질 찾아야" 지적도
대학 생활의 '꽃'으로 불리는 축제 시즌이 한창이다. 전국의 대학가가 봄 축제로 들뜬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과열된 인기 가수들의 축하 무대 섭외 경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2일 개최된 경희대학교 축제에는 데이식스 실리카겔 에스파 잔나비 라이즈 싸이 등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인기 가수들이 대거 축제 무대에 올랐다. 29일부터 열리는 세종대학교 축제에는 뉴진스 싸이 로이킴 YB 등이, 성균관대학교 축제에는 에스파 에이티즈 데이식스 비비 등 쟁쟁한 가수들이 무대에 설 예정이다.
음악 방송에서도 한 자리에 모으기 어려운 인기 가수들의 대학 축제 방문은 몇몇 대학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축제를 개최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인기 가수들을 대거 섭외해 축하 무대를 채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대학 축제 시즌에는 SNS 상에 각 대학별 축제 라인업을 정리한 게시물들이 쏟아지고, 각 축제 라인업에 대한 평가도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다. 축제에 섭외한 가수 라인업이 곧 해당 학교의 경쟁력처럼 여겨지면서 축제를 기획하는 총학생회는 섭외 경쟁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 됐다.
하지만 축제 섭외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축제에 인기 가수를 섭외하는 것이 당연시 된 상황 속 지나치게 높은 비용이 가수 섭외에 집중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총 축제 비용에서 절반을 훌쩍 뛰어 넘는 비용이 가수 섭외에 투입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대학 축제가 어느새 '인기 가수 섭외 전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축제에 참여하는 가수들의 섭외비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크게는 천만 원대까지 인상되며 섭외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 대학 측의 설명이다. 예산 문제로 축제가 무산된 대학도 있다.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대동제를 추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하였으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인한 예산 감소 및 인력 부족 등의 사유로 진행이 무산됐다"라고 알렸다.
그런가 하면 부산대학교는 파격적인 축제 예산 확대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부산대가 공개한 사업 배정 예산에 따르면 지난해 1억5,000억 원을 웃돌던 축제 예산이 올해는 3억 원으로 두 배 가량 확대됐다. 학교 측은 해당 예산이 축제 기간 열리는 콘서트의 초청 가수 섭외에 할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축제가 됐지만, 대학 총학생회의 입장에서 축제에 인기 가수 섭외 비중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총학이 주관하는 교내 행사 중 가장 주목도가 높은 행사인 만큼, 축제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곧 총학생회의 성과 평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축제 개최를 앞두고 상당수의 총학이 대학가 인근 상가와 기업을 전전하며 홍보 제휴 등을 통한 예산 메우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대학 축제의 본질에 대한 고민도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기 가수의 무대에만 치중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중심이 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확대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축제에 쏟는 대신 노후된 학교 시설 보수나 학생들을 위한 복지 확충 등에 예산을 편성하는 등 균형있는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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