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 요건 미달로 각하 결정
전국서 투표한 사례 11건 그쳐
주민소환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전문가들 "청구 방식 등 보완 필요"
최경식 전북 남원시장의 실정을 심판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시장 주민 소환 청구가 불발됐다. 주민 소환 투표 청구인 서명 상당수가 본인이 아닌 제3자에 의해 대리 서명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최 시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 꺼내든 주민 소환제가 외려 불법 논란과 혈세 낭비라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또다시 제도 개선이란 숙제만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원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최 시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주민 소환 투표 청구인 서명부 1만 1,639부 중 4,143부를 무효 처리하고 청구 요건 미달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남원시장주민소환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허위 학력 기재 △친일 논란 춘향 영정 △인사권 남용 의혹 등을 이유로 최 시장에 대한 주민 소환 투표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남원시 예산 3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선관위가 서명부 검수 과정에서 서명부 작성을 위탁받은 수임자들이 서명을 대신한 사실을 밝혀냈다. 남원시 선관위는 대리 서명 행위에 대해 고발 또는 수사 의뢰 여부를 검토 중이다.
최 시장은 불발로 끝난 시장 주민 소환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번 주민 소환 투표 시도는 반성과 함께 제도 보완이란 과제를 던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 5월 시행된 주민소환제는 주민 요구로 위법·부당한 선출직 공직자를 해직하는 제도다. 대의(代議) 민주주의의 허점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지만 시행 이후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주민 소환 투표 청구 남발로 지역 사회를 분열시키고, 세금을 축내며, 행정력을 마비시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제 지난해까지 청구된 주민소환 125건 중 투표로 이어진 사례는 11건에 그쳤다.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주민 소환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청구부터 하고 보자는 측면이 있어 실패가 많다"며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치 견해를 표시하는 등 참정권 행사 방식이 바뀌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주민 소환 투표 청구 방식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가 2020년 12월 주민 소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엔 온라인 홍보 활동과 전자 서명이 가능하고 개표 요건을 투표율 33%에서 25%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상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민 소환제는 이념적 차이에 따른 정치적 갈등을 낳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갈등 조정 기구를 도입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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