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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객실이 스위트급...'밥 해먹던' 해비치 리조트 잊어라

입력
2024.05.29 12: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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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치 리조트 제주' 29일 개관
지난해 7월 재개장 들어간 지 열 달 만
인테리어부터 서비스까지 '고급화' 겨냥
김민수 대표이사 "매출 30% 증대 목표"

해비치 리조트 제주를 야외에서 바라본 모습.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해비치 리조트 제주를 야외에서 바라본 모습.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제주 동쪽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김민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

김민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는 20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 리조트 제주'(해비치)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제주 남동쪽에 자리 잡은 지 어언 스무 해가 된 해비치는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 가까이 재단장을 마치고 29일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는다.

해비치는 이번 공사에 약 720억 원을 들여 객실 내부 등 인테리어부터 식당 메뉴까지 모조리 바꿨다. 룸서비스를 시작했고 컨시어지 등 고객 응대도 강화했다. '리조트는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곳'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특급 호텔에도 꿀리지 않을 휴양 시설로 탈바꿈하겠다는 의도다.


동제주 한적한 풍경만 살리고 다 바꿨네

'해비치 리조트 제주'의 로비 인테리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해비치 리조트 제주'의 로비 인테리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프리미엄급'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졌다. 로비를 포함한 1층 인테리어를 누리끼리한 우드색 대신 샌드베이지색으로 전부 새로 꾸몄다. 프런트 데스크를 지나면 보이는 식당 '이디'(iidy)엔 바다 쪽으로 큰 창이 나 있다. 마치 해변가 절경 그림을 품은 액자처럼 보인다.

시각적 화려함을 추구하는 다른 호텔들과 달리 해비치는 인테리어 색감을 일부러 낮추는 데 신경 썼다고 한다. 동쪽 제주의 자연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조식 뷔페 공간으로 쓰이던 이 식당은 이태리 음식 전문 레스토랑으로 바뀌었고 수용 인원 역시 150석에서 202석으로 늘었다.


'해비치 리조트 제주'의 이태리 음식 전문 레스토랑 '이디'(iidy). 제주도 방언으로 '여기'라는 뜻이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해비치 리조트 제주'의 이태리 음식 전문 레스토랑 '이디'(iidy). 제주도 방언으로 '여기'라는 뜻이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하이엔드급 호텔에 주로 있는 고급 일식당 '메르&테르'를 포함해 레스토랑 세 곳도 새로 지었다. 메르(mer)는 불어로 '바다'를, 테르(terre)는 '땅'을 뜻한다. 각각 스시 오마카세와 정통 관서식 스키야키를 파는 식당이다. 저녁 식사만 가능하며 스키야키 코스는 1인당 18만 원이고 오마카세는 23만 원이다.


'해비치 리조트 제주'의 일식당 '메르&테르'. 제주=최현빈 기자

'해비치 리조트 제주'의 일식당 '메르&테르'. 제주=최현빈 기자


전 객실 '스위트급'으로... 취사도구도 다 뺐다

'해비치 리조트 제주'의 마스터 스위트급 객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해비치 리조트 제주'의 마스터 스위트급 객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객실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게 보였다. 김 대표가 말한 대로 "법적으로 손댈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 건드려서 방 구조를 새로 짠 것" 같았다. 우선 ①주방 공간을 최대한 줄이고 ②거실과 침실을 나눈 다음 키웠다. 10개 타입 215개 방은 스위트룸 크기(63㎡·약 19평)에 맞먹는다. 객실 안 가구와 소품은 이재하·조병주 등 떠오르는 국내 가구 디자이너에게 맡겨 맞춤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리조트는 대가족 또는 여러 가족이 함께 놀러와 식사를 만들어 먹고 쉬는 곳이라는 인식이 짙다. 이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해비치는 취사도구와 식기류도 모두 뺐고 대신 룸서비스를 통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 숙박 인원도 6~8인에서 4인으로 확 줄였다.


"매출 30% 증대 목표... 고객 수요 맞춰 나갈 것"

김민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가 20일 '해비치 리조트 제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김민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가 20일 '해비치 리조트 제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해비치는 제주국제공항으로부터 약 45㎞ 떨어진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다. 표선면은 관광객이 자주 찾는 애월·중문과 반대쪽이다. 이곳까지 가는 데 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한 시간 넘게 와야 한다. 숙박 시설로서는 불리한 입지라고 볼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표선은 작고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이런 마을에서 무슨 관광을 하겠느냐는 시선이 있었지만 최근엔 여행 추세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남들 다 가는 유명한 관광지를 들르는 '도장깨기식' 여행보다는 '내가 정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며 일부러 남이 가지 않는 도시를 찾곤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여행 수요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김 대표와 원영욱 총지배인에 따르면 재단장 이후 해비치의 객실 가격은 10~15만 원 정도 오른다. 해비치는 이를 통해 "전체 매출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칫 리조트와 고급 호텔 사이 애매한 위치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김 대표는 본인 경험에 비춰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대자동차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할 때 제가 담당 실장(브랜드전략실장)이었습니다. 그때도 '에쿠스가 EQ900 된다고 갑자기 럭셔리 브랜드가 되냐'는 질문이 많았어요. 10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분들이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걸 아십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중시하는 분들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갈 길이 훨씬 멀기 때문에, 계속 변하는 고객 수요에 맞춰 갈 겁니다."





제주=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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