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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태 일단락? "'관치'의 일본, '제2 르노닛산 사태'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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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태 일단락? "'관치'의 일본, '제2 르노닛산 사태' 경계해야"

입력
2024.05.16 04:30
6면
0 0

일본 총무성 여전히 '지분 조정' 강조
관치경제 일본… 추후 압박 가능성도
제2 르노닛산 사태 될라 우려 여전

한 직장인이 1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라인플러스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한 직장인이 1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라인플러스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지분 갈등'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이 전날 "총무성 제출 보고서에 자본 관계 재검토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해 사태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가 금융기관과 개별 기업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관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온 일본의 특성상 추후라도 지분 조정이 재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시지 차이 드러낸 대통령실·일본 총무성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네이버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한국 대통령실과 일본 총무성이 전날 내놓은 메시지는 결이 다소 달랐다. 대통령실이 사태 일단락에 방점을 찍은 것과 달리, 총무성은 '추후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라인야후가 7월 1일까지 일본 정부에 제출할 행정지도 답변서에 네이버의 지분 매각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장관은 전날 각의(국무회의) 후 일본 취재진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체제를 확보하는 것이 (행정지도의) 목적"이라면서도 "(행정지도에는 네이버에 의한) 지배적 자본 관계도 포함해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보안 거버넌스의 재검토에는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위탁처(네이버) 관리가 적절하게 기능하는 형태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동안 총무성은 네이버 측이 업무를 위탁받는 회사이자 공동 대주주여서 라인야후가 제대로 관리·감독을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왔다.

성태윤 정책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성태윤 정책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숨 고르기를 한 뒤 추가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줄 사안으로까지 확대되자 한발 물러선 듯 보이지만 지분 조정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다.

이번 사안에서 일본 정부 특유의 '관치경제' 특성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일본 정부는 오랫동안 경제와 금융, 기업에 간섭하는 관치경제를 유지해 왔다. 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하면 기업이 순응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올해 3, 4월 라인야후에 대해 연달아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자본 관계 재검토'라는 문구를 담았다.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조정'이라는 방향성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르듯,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지분을 과반 확보하는 것이 대전제"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국회 입법으로, 일본은 행정지도만으로 압박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모습. 뉴스1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모습. 뉴스1

이번 사태는 미국이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규제하는 이른바 '틱톡 금지법' 처리와도 비교된다. 미국은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친 반면, 일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로 지분 조정까지 손을 대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는 "일본 사회에서는 관이 원칙을 제시한 뒤 기업에 답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자본 관계 재검토가 보안 강화를 위한 과제라는 점을 밝힌 만큼, 총무성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 측의 이익을 위해 해외 합자기업에 초법적 간섭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르노닛산 사태'라는 선례가 있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는 1999년 경영 위기에 빠진 일본 닛산자동차의 지분 절반 가까이를 인수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구축, 세계 시장 2위까지 올려놨다. 그러나 2018년 카를로스 곤 회장이 닛산을 르노의 자회사로 완전히 편입하는 합병을 추진하려 하자 도쿄지검은 같은 해 11월 곤 회장을 배임 혐의로 전격 체포해 경영권을 상실케 했다. 결국 지난해 르노는 43.4%인 닛산 지분율을 닛산의 르노 지분율 수치인 15%까지 떨어뜨려 24년 만에 양사가 대등해지는 데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라인야후 사태가 제2의 르노닛산 사태가 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심 교수는 "한국 정부가 네이버의 의사를 묻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본 정부에 자본 관계 재검토라는 행정지도가 나온 배경과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도록 소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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