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전 시장, 둔기에 머리 맞아 치료
지난주엔 선거 캠페인 중 집단 폭행도
독일 정부 "민주주의 위협" 대책 마련
독일에서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범행 동기는 사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정치적 성향 차이에 따른 반감으로 지목된다. 독일 정부는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대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치인 공격, 점점 늘고 수용 가능해져"
8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 타게스슈피겔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15분쯤 독일 수도 베를린 노이쾰른의 한 도서관에서 일정을 수행하던 프란치스카 기파이 베를린 경제장관의 머리로 둔기가 날아들었다. 기파이 장관은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동했다. 집권 사회민주당(SPD) 소속인 기파이 장관은 직전 베를린 시장을 지낸 유력 정치인이다. 가해자는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74세 남성으로 경찰이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기파이 장관은 "정치적 활동·태도 때문에 공격받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사람들이 점점 더 이런 공격을 합리화하거나 수용 가능한 것처럼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정치인이 물리적 공격에 노출되고 있으며 선거 등 계기가 있으면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3일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에서는 SPD 소속 마티아스 에케 유럽의회 의원이 다음 달 유럽의회 선거 포스터를 붙이던 중 10대 청소년 4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에케 의원은 6일 폭행을 당해 검게 멍든 눈이 담긴 자신의 사진을 엑스(X)에 올린 뒤 "이것은 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정치적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에 관한 것"이라고 썼다. 에케 의원이 폭행당한 장소 인근에서 녹색당 소속 관계자들도 발길질을 당하는 등 폭행을 당했다. 오는 9월 주의회 선거가 치러지는 튀링겐에서는 지난 2월 SPD 소속 정치인 자택이 방화로 불탔고, 지난 1월 작센에서는 SPD 소속 정치인 사무실에 동물 사체가 잔뜩 놓였다.
독일 내무부에 따르면 선출직 공무원 대상 범죄는 지난해 2,710건 발생해 전년 대비 53% 늘었다.
"정치 참여, 보호받아야"... 대책 논의 '활활'
독일 사회는 정치인에 대한 폭력을 민주주의 훼손 행위로 보고 있다. 독일 출신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민주적인 사회를 옹호하는 모든 사람들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베를린과 드레스덴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극우주의자들이 폭력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다만 독일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정치인에 대한 폭력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독일 내무부는 정치인에 대한 테러를 '새로운 차원의 폭력'으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7일 열린 회의에서는 선거 관련 행사에 대한 보안 강화, 정치인 대상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도 상향 등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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